"소극행정 신고는 경찰청이 최다…선제대응·갈등조정 우수사례 발굴해야"
경찰이 홍보하는 '적극행정' 우수사례가 교통 등 일부 기능에만 편중돼있어 수사·범죄예방·갈등 조정 분야에서도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천근 한성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찰연구 겨울호에 실린 '경찰 적극행정 우수사례의 한계와 극복방안' 논문에서 지난 6년간 인사혁신처가 선정한 경찰청의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분석했다.

적극행정이란 정부 기관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인사혁신처가 선정한 경찰의 적극행정 우수사례는 지난 6년간 총 7건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2016년 '보행자중심 신호체계' 운영으로 적극행정 우수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경북경찰청의 상설 장기실종자 추적팀 운영과 충북경찰청의 긴급차량 우선 교통신호 연동시스템으로 각각 장려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인천공항 내 국제운전면허발급센터 개소, 2019년 남양주경찰서의 횡단보도 옆 '장수의자' 설치, 2020년 수어 길라잡이 운영과 2021년 비접촉식 음주감지기 도입 등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사례들을 추진방식, 기대효과, 행태적 측면에서 분류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경찰 적극행정 우수사례는 기능별로 교통기능이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사기능이 나머지 2건을 차지했다.

국가경찰 기능이나 형사·과학수사 기능 우수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추진방식별로는 창의적 아이디어·신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기획한 '신규발굴형'이 2건, 기존 업무 완결성을 높인 '성과고도화형'이 2건, 업무상 문제점을 해소한 '불편해소형'이 3건으로 나타났다.

예상 위험에 사전 대응하는 '선제대응형'이나 부처 간 또는 민·관 협력관계를 구축·강화하는 '협력강화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기대효과별로는 7개 사례가 모두 '서비스 제고형'이었으며, 업무처리 소요 시간·예산 등을 절감하는 등 '업무효율성 제고형'은 없었다.

행태별로는 업무 관행을 반복하지 않는 '혁신적 실천형'이 6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 '능동적 실천형'이 1건이었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 먼저 대응하는 '선제적 대응형'이나 이해충돌이 있는 상황을 적극 조정하는 '갈등 조정형'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이처럼 일부 분야에 쏠린 우수사례가 향후 경찰 적극행정 확대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경찰의 적극행정 우수사례가 교통기능에 편중돼있다"며 "형사나 과학수사분야, 자치경찰의 여성청소년·생활안전 분야, 국가경찰기능에서는 우수사례로 선정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수사례가 서비스 제고형에만 편중된 현상에 대해서는 "업무처리 방식 개선을 통한 예산, 인력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업무효율성 제고 우수사례 도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선제적·예방적 범죄 대응이 특별히 요구됨에도 선제대응형 추진방식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놀랍다"면서 "국민 지지와 협력 없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데 국민·타 기관과 협력하는 적극행정 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20년 소극행정 신고센터 운영현황에 따르면 2019년 3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접수된 소극행정 신고 중 경찰청이 5천663건으로 가장 많은 소극행정 신고를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양한 경찰 기능에서 여러 방식·수단으로 적극행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