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타르 정상회담…유럽 에너지대란 대비 천연가스공급 논의 관측
美 "우크라에서 무슨 일 벌어져도 준비돼 있어"…러 제재 구체화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한 만반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를 백악관으로 초청,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대비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를 언급,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는 최선으로서 외교적 해법을 지속해서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 증강을 이어가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카타르와의 관계에 대해 "카타르는 좋은 친구이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며 "카타르를 비(非)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가운데 주요 동맹으로 임명한다고 의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타르 군주와의 이날 회담에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액화천연가스 생산국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은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고 러시아가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를 무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유럽의 대체 에너지 공급원을 물색해 왔다.

유럽은 연간 천연가스 필요량의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또 이날 영국 등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제재 패키지'를 이미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크렘린 핵심 인사들과 정부 정책 결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인사들의 신원을 확보해 놓았다"며 "우리는 러시아 고위층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제재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공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가혹한 금융 및 경제 제재에 즉각 나서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사키 대변인의 이번 언급은 이 같은 제재의 대상을 구체화해 놓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언제든지 제재에 나설 수 있는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도 하원에 출석, "크렘린궁의 공격적이고 위태로운 행동에 책임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자산 동결 및 입국 거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유럽 배치를 위해 파병 대비 명령이 내려진 8천500명의 미군은 아직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파병이 가능하도록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들은 아직 배치 명령을 받지 않았다"며 "그들은 즉시 배치될 수 있도록 대기 상태에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국무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미 우크라이나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조속히 출국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고, 국민들에게는 이 지역에 대한 여행금지도 발령했다.

국무부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6천600명 가량으로, 군사적 긴장 이전인 지난해 10월 기준 1만6천 명에 달하는 미국인 및 관광객이 우크라이나에 머무르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