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자 내정 뒤 공고"…KAIST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 논란

"1명 뽑는데 18명 몰려…17명은 무의미하게 지원한 셈"
"블라인드 절차 거쳐 퇴직자 채용할 수 있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육아 휴직 대체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 정년 퇴직자를 미리 내정해 놓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일 KAIST 등에 따르면 직원 A씨는 '부서 내 육아 휴직에 들어간 직원을 대체하는 위촉 행정원을 선발하면서 KAIST 정년 퇴직자 B씨를 내정해 놓고 채용공고를 낸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부서는 '학력 제한 없음', '대학교 또는 연구기관에서 연구사업 관리 유경험자 우대' 등을 요건으로 채용 공고를 냈고, 블라인드 채용 과정 등을 거쳐 B씨를 선발했다.

월 기본급 227만원과 경력 인정 여부에 따라 추가로 급여를 받는다.

A씨는 '채용공고에 고졸 이상으로 올려라, B씨가 오기로 했다'는 말을 팀원에게 직접 들었고, 채용 공고가 B씨에게 유리한 '맞춤형 공고'가 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채용 공고가 뜨기 전 팀장에게 '채용 내정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메일을 전달했다"며 "팀장은 '문제 될 것 없다.

본교 퇴직자를 활용하는 것은 권장되는 일이며, 본교 정책에 부합한다'라고 회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공고 47건 가운데 학위를 전혀 요구하지 않는 것은 이번 공고가 유일하다"며 "학사·전문학사 학위가 없는 것으로 추측되는 B씨가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학력 제한을 두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1명 선발에 18명이 지원했는데 채용 내정이 사실이라면 17명은 무의미하게 지원한 셈"이라며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에선 아직 경력을 갖추지 못한 청년층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년층 취업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공공기관은 공정성 측면에서 민간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곳인데 사적 친분 등을 이유로 정년퇴직자를 채용 내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부서 팀장은 "KAIST는 별도 위원회를 꾸려 블라인드 채용을 하므로 이번 채용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합격자를 내정해 놓고 채용을 진행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고령자 고용 촉진법이라는 게 있고, 우리 학교도 노사 협의를 통해 퇴직자들을 블라인드 채용 절차를 거쳐 채용할 수 있다"며 "정규직원도 아니고, 월급이 많지 않아서 고급 인력은 오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