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의 여형사 이희겸은 여리여리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내공 가득한 걸크러쉬 캐릭터다.
이희겸을 연기한 한지은(33) 역시 여성스러운 이미지 안에 다부진 매력을 지닌 배우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최근 서울 강남 카페에서 만난 한지은은 온종일 이어진 인터뷰 일정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활기가 넘쳤다.
그는 드라마의 좋았던 점은 물론 아쉬웠던 점까지 명확하게 답변하며 자기 생각을 차근차근 밝혔다.
'배드 앤 크레이지'는 주인공을 이중인격으로 설정했다.
유능하지만 '나쁜놈'인 수열(이동욱 분)이 정의로운 '미친놈'인 또 다른 자아 K(위하준)를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지은이 연기한 이희겸은 수열의 전 여자친구이자 마약수사대 경위로 정의감 강한 캐릭터다.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쓸리면서 수열, K와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다시 수열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역이다.
한지은은 "대본에는 희겸이의 개인적인 서사가 많이 드러나 있지 않다"며 "부잣집에서 아쉬울 것 없이 컸는데 굳이 일 많고 위험한 마약수사대에 들어가서 정의감을 표출하는 점을 보면 사회에 대한 반항심을 가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희겸이 어떤 여형사일지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할리우드 액션 여배우인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로런스를 롤모델로 삼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손사래를 쳤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대신 외적으로 보통 여형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꾸미지 않은 수수한 매력보다는 짙은 립스틱을 바르고 몸에 붙는 타이트한 옷을 입거나 구두를 신은 모습으로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액션에 대한 갈증이 풀렸냐는 물음에는 "아직 완벽히 풀리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이중인격인 수열과 K가 극을 주로 이끌다 보니, 희겸은 납치를 당하거나 교도소에 갇히는 등 주로 당하는 입장이었다.
후반부에 가서는 용사장(김히어라)과 1대1로 몸싸움을 벌이기는 하지만, 액션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좀 아쉽기는 했어요.
희겸이도 보통 애가 아닌데, 늘 실력 발휘를 못 하는 느낌이라 속상했죠. 나중에 용사장과 한번 붙긴 하는데 속이 시원하지는 않아요.
(웃음)"
한지은은 평소 크라브마가, 절권도 등 무술을 취미로 배울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액션스쿨을 하루도 안 빠지고 출근했다"며 "희겸이는 운동으로 금메달도 딴 이력이 있는 친구라 주먹 하나도 다르다고 생각해서 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승부욕도 있고, 깡도 있는 편인데 액션스쿨 감독님이 발차기를 잘한다고 했다.
발차기를 잘하는 게 쉽지 않은데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지은은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2020), '꼰대인턴'(2020), '멜로가 체질'(2019)에 출연하며 최근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2010년 영화 '귀'로 데뷔해 벌써 13년 차 배우다.
그는 "10년 넘는 세월이 짧지 않은데 계단식으로 한 단계씩 배우인생을 걸어온 것 같다"며 "조급함도 생기고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에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꾸준히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