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주장…"북·중·원전 등 여러 문제에 다른 결과"
"한국 대선 결과, 미국과 인도태평양 정책에 큰 영향"
미국에서 한국의 3월 대통령 선거가 미국은 물론 인도 태평양 지역의 역학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문제는 물론 에너지·환경, 대중국 관계, 중국 견제 협의체로 통하는 '쿼드'(Quad)의 한국 참여 등 여러 사안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달리 결정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6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기고하고 "미국은 올 3월 9일 치러지는 한국 대선이 미국 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번 대선은 근래 들어 처음으로 여야가 대북관의 차이를 넘어 실질적인 외교 정책적 견해차를 보이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이번엔 두 유력 후보가 동맹 관련 중요 이슈에서 대립할 뿐만 아니라 원전 등 에너지와 대중국 외교, 쿼드 가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대선 결과, 미국과 인도태평양 정책에 큰 영향"
이에 따라 진보진영인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든, 보수성향인 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인도 태평양 지역의 외교 안보 지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차 석좌의 견해다.

차 석좌에 따르면 우선 대북 문제에 있어선 진보진영은 북한에 대해 포용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고 평화 선언과 경제협력을 추구한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북한의 행동을 회의적인 태도로 보고 있고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두 후보는 한미연합훈련 등 동맹 관련 문제에도 입장차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훈련 재개에 대해 명확하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윤 후보는 좀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 차 석좌의 관측이다.

차 석좌는 이는 미국에 중요한 문제라며 훈련을 계속 중단하는 것은 미군과 한국군의 준비태세를 흩트리고 이는 다시 한반도 전쟁억지력의 신뢰성을 저해하면서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거론했다.

진보성향의 여당은 빠른 이양을 원하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 없는 이양은 동맹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 대선 결과, 미국과 인도태평양 정책에 큰 영향"
에너지 문제에서도 양 후보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고 차 수석은 언급했다.

여당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 수석은 "한국은 문재인 정권 이전에는 UAE에서 원자로 공사를 수주하는 등 핵발전 시장에서 주요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다"라며 "야당 후보가 당선돼 탈원전 정책을 거꾸로 돌린다면 한국은 다시 원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동맹과 함께 원자력 에너지 시장에서 안전과 보안 표준을 만들면서 이득을 볼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러시아나 중국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게 차 수석의 견해다.

대중국 관계에서도 양당간 중요한 입장차가 있다고 차 수석은 이어나갔다.

"한국 대선 결과, 미국과 인도태평양 정책에 큰 영향"
야당은 중국과 관계에서 '전략적 선명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내린 한한령과 같은 강압적인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차 수석은 평가했다.

차 수석은 "반면 여당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체제로 전환하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정책에 합류하는 데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차 수석은 여당은 중국을 대북 관계의 핵심 요소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차 수석은 한국의 쿼드 가입에 대해서도 양측이 다른 견해를 보인다고 말했다.

쿼드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안보 협의체로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작년 3월 첫 쿼드 정상회의 전 한국이 참가 제의를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 후보가 한국의 쿼드 가입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야당 후보는 정권교체가 되면 바로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쿼드 참가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쿼드 4개국 어느 나라로부터도 직접적인 참여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그간 한국이 쿼드 요청을 받고도 거절했다는 외신 보도나 전문가 주장이 나올 때마다 이를 부인해왔다.

차 석좌는 작년 5월에도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으나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대선 결과, 미국과 인도태평양 정책에 큰 영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