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혐의로 이광철 등 재판…'수사외압' 이성윤 고검장도 기소돼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내정된 직후 언론에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검찰 고위급 간부의 성범죄 의혹에 전국민적 관심이 주목됐지만,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김 전 차관 체포 영장을 반려했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송치되자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 속 여성 이모 씨가 2014년 직접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 역시 이듬해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이씨는 법원에 기소 여부를 다시 따져달라며 재정신청을 냈지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됐다.
몇 년 동안 잠들어있던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 권고하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의혹 제기 6년여만인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서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는 또 다른 사업가 최모 씨에게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였다.
윤씨가 원주 별장 등지에서 제공했다는 13차례 성 접대 등은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범죄사실에 포함됐다.
1심은 공소사실에 대해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거나, 대가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 혐의들이 뇌물의 시점·성격에 따라 무죄와 면소로 각각 판단됐다.
특히 '별장 성 접대'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판결은 아쉬움을 안겼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로부터 받은 4천300만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하고 김 전 차관을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재판은 10년 전의 뇌물수수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2020년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의 증거로 쓰인 최씨의 진술이 검찰 조사와 1·2심 법정을 거치며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하게 계속 바뀐 점에 주목, 최씨가 검찰과의 사전 면담에서 회유·압박을 받은 것이 아닌지 판단하라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날 서울고법은 "최씨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성 접대 의혹과 금품 수수 등 제기된 모든 혐의가 무죄 또는 면소로 판결된 것이다.
검찰이 재상고하면 김 전 차관은 다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되지만, 사건이 재파기환송될 가능성은 작아 김 전 차관으로선 9년간의 수사·재판이 마무리된 셈이다.
한편 김 전 차관에 대한 의혹은 크고 작은 다른 형사 사건들을 낳았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엔 김 전 차관이 2018년 수사를 앞두고 해외로 출국하려 하자 이를 불법으로 금지한 혐의로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본부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도 1심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