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앞두고 정치공약 앞당겨 발표…전날 밤늦게까지 고민
청와대 권력 '대수술' 尹의 정치쇄신 카드…與 쇄신안에 맞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발표한 정치개혁 공약은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드라이브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읽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율 상승 동력을 확보하고자 정치개혁안을 잇달아 내놓는 상황에서 이슈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대통령실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이관과 분야별 민간 전문가의 대통령실 참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제왕적 대통령제'의 조직구조와 업무처리 방식으로는 국가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공약으로 윤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 청와대는 사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 대통령실은 비서실장과 정예 참모는 물론 공무원과 분야별 민간 인재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위원회로 구성하되 기밀 사안은 정부 조직 내로 이관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국민과 대통령을 갈라놓고 주변을 둘러싼 소수의 측근이 내각의 업무를 일일이 지시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은 항상 열린 공간에서 참모와 사회 각 분야의 최고 인재들과 소통하고, 대통령은 대통령만이 할 있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당장 인수위 때 준비해서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 집무실에) 가서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권력 '대수술' 尹의 정치쇄신 카드…與 쇄신안에 맞불
최근 민주당이 발표한 당내 세대교체 등 쇄신안이 국회의원들의 자발적인 기득권 내려놓기에 의존하는 형태라면,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실현 가능한 공약에 집중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민주당이 의회권력의 특권 내려놓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윤 후보는 현행 대통령제의 심장부격인 청와대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송영길 대표 말고는 '86세대' 불출마를 지키지 못하지 않느냐. 우리는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넣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25일 당내 세대교체와 재보선 3개 지역구 무(無)공천, 동일 지역 4선 연임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당 쇄신안을 발표했고, 이재명 후보는 다음날 '통합 정부' 구상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각종 의혹으로부터 유권자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정치 쇼'로 규정했지만, 마냥 무시하기에는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치거나 이슈 선점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어 자체 개혁안을 서둘러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후보는 당초 연휴 이후에 정치공약을 발표하려 했다.

윤 후보는 전날 밤늦게까지 발표 내용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발표 일정도 자정을 넘어 취재진에게 공지됐다.

한편, 윤 후보의 청와대 공약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와 유사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 꺼내들었던 화두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당시 회견에서 "저는 집권하면 현재 청와대 집무실은 국빈 영접과 주요 정치행사가 있는 날만 사용하겠다.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