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잇단 비판 속 훈센-흘라잉 화상회의…쿠데타 1년 앞두고 회의론 '고개'
친군정 캄보디아도 "폭력 중단"…미얀마 쿠데타 수장 말들을까
미얀마 쿠데타 1년을 앞두고 '친 미얀마 군정' 행보를 보여 온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쿠데타 수장에게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의 잇딴 비판에 '등 떠밀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보니 실제 군정을 압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간 크메르 타임스와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27일 훈센 총리가 전날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과 화상 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킴 훈 총리실 장관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훈센 총리가 자신의 7~8일 미얀마 방문 이후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휴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킴 훈 장관은 또 훈센 총리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 자격으로 4개 항을 강조한 뒤, 흘라잉 사령관이 이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훈센 총리는 우선 지난해 4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쿠데타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5개 항을 이행하기 위해 군정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정을 포함해 미얀마 사태의 모든 당사자가 폭력 사용을 중단하고 휴전을 향해 나아가야 하며, 흘라잉 사령관은 다른 아세안 국가와 함께 미얀마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훈센 총리가 언급한 4개 항에 대해 흘라잉 사령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킴 훈 장관은 밝히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프놈펜 포스트는 캄보디아 외교부를 인용, 흘라잉 사령관이 캄보디아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 간 화상 통화는 아세안 회원국 사이에서 미얀마 군정에 대한 훈센 총리의 유화적 태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뒤 이뤄졌다.

아세안은 작년 4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나온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합의사항을 군정이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아세안 정상회의에 흘라잉 사령관을 배제하는 등 압박했는데, 훈센 총리가 이 기조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이스마일 샤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훈센 총리와 통화에서 긴급히 미얀마 유혈사태를 진정시켜야 하며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치범들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4일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훈센과의 통화에서 미얀마 군정이 아세안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계속해서 회의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도 훈센 총리가 회원국 지도자들과 미얀마 방문을 사전에 논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훈센 총리가 흘라잉 사령관에게 군정을 거론하면서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등을 압박한 것은 아세안 회원국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미얀마 군정이 폭력 행위를 중단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커 보이지 않는다.

이라와디나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독립 매체는 미얀마군이 사가잉이나 마궤 지역 등 반군부 세력 활동이 강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반군부 세력 소탕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또 내달 1일 쿠데타 1주년을 맞아 미얀마 전역에서 항의 시위 등이 벌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부가 당분간은 오히려 더 강력한 탄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