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진영·이념' 내각 구상으로 외부 참여 공간 개방…설 前 상승 동력 포석도
안철수·김동연 등 '3지대' 연합도 염두…安·金은 손사래
이재명, 연일 쇄신 드라이브…'국민 내각'으로 통합구상 천명(종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국민 내각' 카드를 꺼내며 정치 쇄신 드라이브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앞서 후보 측근 그룹인 '7인회'의 백의종군 선언과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당내 세대교체론에 이어 이날 이 후보가 직접 이념·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정부 구상을 내놓으며 쇄신의 폭과 속도를 더욱 높여가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유능한 정치는 어느새 대결과 분열, 혐오와 차별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굴복하게 만드는 자신들만의 '여의도 정치'에 갇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념과 진영을 버리고 국민 최우선의 실용 정책, 국민과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겠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내각, 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정파·연령에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라면 넓게 등용하는 '완전히 새로운 내각' 구성, 30~40대 장관의 적극적인 기용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열거됐다.

측근 그룹의 집권시 임명직 포기 선언과 당내 주류 세력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 이어 탈진영·탈이념의 내각 구성 방침을 선언하며 외부 인사가 참여할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주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등 이른바 '제삼지대' 후보들과의 연합도 염두에 둔 구상으로 보인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의 편 가르기 이런 것에서 벗어나 뜻이 맞는 어떤 정치 세력과도 같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안 후보와 김 후보 등과도 두루두루 같이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재명, 연일 쇄신 드라이브…'국민 내각'으로 통합구상 천명(종합)
실제로 이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차기 내각 구상과 관련해 "과학 기술영역, 미래환경영역, 에너지 관련 영역 같은 부분들이 젊은 과학 인재들이 맡기에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영역도 당연히 그런 부분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총리에 대해서 국민과 국회의 추천을 받는 방안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 김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와 김 후보가 양자 간 토론회 개최에 합의하면서 '단일화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을 낳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김 후보의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 제안을 이 후보가 수락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양측은 조속한 실무 협상을 거쳐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이 후보 측 경민정 대변인은 지난 24일 김 후보의 제안에 대해 "국민의 삶과 국가 위기 타개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반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소상공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만남이니 추측과 자제는 삼가시고 무엇보다 단일화 전제는 절대 아니다"라는 언급을 했다고 김 후보 측 관계자가 전했다.

안 후보는 이날 당 '대선 필승 전국결의대회' 연설에서 "상대편 죽이기에 골몰하느라 국민을 불행에 빠뜨리는 거대 양당을 심판하겠다"며 단일화 논의를 일축하고 완주 의지를 거듭 다졌다.

이 후보는 전날 밤 이번 기자회견의 내용을 고민하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런 정치 개혁 드라이브는 이번 대선의 최대 분수령인 설 연휴를 앞두고 정체기에 빠진 지지율의 상승 동력을 다시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책 행보로 차근차근 득점을 노리는 전략은 이제 마무리됐다고 본다"면서 "소위 지지율의 '박스권 탈출'을 위해선 정치 구조 개혁 이슈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재명의 '대통령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