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늑장 대처로 뇌물·사기 재판받으면서도 유사범죄 되풀이 폐기물업체를 몰래 운영하던 공무원이 뇌물을 주고 폐기물을 불법 반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또 다른 수법으로 폐기물을 불법 반입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은 사기 혐의로 공무원이 포함된 폐기물 처리업체 운영자 3명과 차량 운전기사 2명을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7월 부산 강서구 생곡동에 있는 폐기물 매립장을 오가면서 적재 폐기물의 무게가 적게 나오도록 조작하는 수법으로 폐기물 반입 수수료 9천5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중 폐기물 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A씨는 부산 수영구청 소속 운전직 공무원으로, 낮에는 공직생활을 하고 밤에는 폐기물업체를 운영하는 이중 생활을 했다.
공무원은 영리 목적의 겸직이 엄격히 금지돼 A씨는 타인 명의로 이 업체를 운영해왔다.
이들은 매립장 입구에서 폐기물을 실은 차량이 무게를 측정하는 계근대를 통과할 때 차량 바퀴를 계근대 밖으로 벗어나게 해 폐기물 무게를 실제보다 적게 계측되도록 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해당 매립장은 폐기물을 실은 차량이 계근대에 정확히 올라선 뒤 무게를 측정하고 카드를 인식시켜야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있으나, 이들은 셀카봉에 카드를 부착해 계근대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600여 차례에 걸쳐 폐기물 무게를 1천600t가량 적게 측정되도록 했다.
이들 중 A씨는 유사한 범죄로 재판을 받거나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앞서 2018년 10월 17일부터 2019년 10월 15일까지 총 555차례에 걸쳐 생곡사업장 매립장 입구 계근대를 통과할 때 계근 카드를 인식시키지 않고 폐기물을 하역하는 방법으로 5천282t에 해당하는 폐기물 반입 수수료 3억1천693만6천원을 편취(사기)한 혐의로 2020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단속 업무를 맡은 환경공단 직원에게 폐기물 무단반입을 눈감아 달라며 뇌물을 건넨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다.
경찰이 발표한 이번 사건 범행 기간(2021년 3월~7월)을 보면 A씨가 앞선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던 시기와 겹친다.
A씨는 뇌물혐의로 그해 7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당시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곡매립장에 폐기물을 운반하는 업체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앞선 범죄로 생곡매립장에 차단기가 설치되자 수법을 바꿔 폐기물을 불법 반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 진행 중에도 계속 범행을 이어가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A씨 비위 사실을 확인한 해당 구청의 늑장 대처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영구는 A씨가 기소된 당시 겸직 위반과 범죄 혐의 사실을 인지했지만, 뇌물공여 1심 선고가 끝난 지난해 8월에서야 A씨를 직위 해제한 뒤 부산시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구청의 늑장 조치로 A씨는 재판을 받으면서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며 공직생활을 이어온 셈이다.
수영구는 A씨가 재판 과정에서 이미 범죄 사실을 시인했지만, 징계 요구 없이 재판 결과만 지켜보고 있었다.
수영구 관계자는 "A씨가 차명으로 폐기물업체를 운영해 구청에서는 미리 알 방법이 없었다"며 "A씨가 지속해서 억울함을 표현해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징계요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