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하이 F를 향한 도전…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테너에게 고음의 한계는 ‘하이 C’로 본다. 오선지 위로 두 줄을 더 그었을 때 걸리는 음높이다. 물론 일반 남성이 내기는 불가능한 음이다. 그런데 빈첸초 벨리니는 마지막 오페라 ‘청교도’(1835)에서 주역 아르투로 역의 테너에게 이보다 높은 하이 C#과 D는 물론 3막 끝 장면에서 하이 F를 부르도록 악보에 썼다. 초연 당시 주역을 맡은 조반니 바티스타 루비니는 악보대로 불렀다고 전하지만 음악학자들은 팔세토(가성)를 사용했을 것으로 본다.

이후 대부분의 테너들은 이 부분을 낮춰서 부르거나 팔세토로 처리했다. 그럼에도 몇몇 테너들이 원음에 도전했는데, 대부분 짧게 ‘꽥’ 소리를 내지른 객기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의 윌리엄 마테우치, 1990년대의 그레고리 쿤드, 최근의 르네 바베라 등은 흉성으로 하이 F를 제대로 부르는 데 성공했다. 대작곡가가 제시한 목표였기에 후배들이 도전했고 결국은 해낸 것이다. 이런 면모가 인류의 발전사 아닐까?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