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가득 판타지 어드벤처…"두 아이 아빠로서 만든 가족영화"
'해적' 김정훈 감독 "CG 살아 숨 쉬게 한 건 배우들 연기"
집채만 한 해적선을 향해 쓰나미가 들이닥친다.

선원들은 돛을 올린 뒤 가까스로 키를 돌리고, 마치 서핑을 하듯 배가 파도의 표면을 매끄럽게 가로지른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해적: 도깨비깃발'에 나오는 이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는 고려의 신하들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아 나선 해적들의 모험을 그렸다.

판타지 어드벤처 장르인 만큼 동화에서나 볼 법만 장면들로 가득하다.

시각특수효과(VFX) 기업 덱스터스튜디오가 한 단계 진일보한 기술력을 동원해 완성했다.

영화 연출을 맡은 김정훈 감독은 24일 화상 인터뷰에서 "기술이 좋아진 측면도 분명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컴퓨터그래픽(CG)을 살아 숨 쉬게 한 건 배우들의 연기"라고 말했다.

"2019년 여름에 장마가 길어지면서 배 관련 촬영은 전부 겨울로 연기됐어요.

배우들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줬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배를 향해 물살이 친다고 상상하며 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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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김정훈 감독 "CG 살아 숨 쉬게 한 건 배우들 연기"
김 감독은 단주를 꿈꾸는 말단 선원 막이로 분한 이광수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광수는 영화에서 펭귄 떼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는데 촬영 당시에는 '파란 공'이 펭귄을 대신했다.

나중에 CG로 펭귄의 모습을 입혔다.

김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이광수의 원맨쇼"라며 "촬영이 끝나고 꿈에서까지 펭귄이 괴롭힐 정도로 연기에 몰입했다더라"고 했다.

그는 악조건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즐겁게 촬영한 배우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우들은 맹추위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액션과 수중 촬영으로 내내 고생했다고 김 감독은 회고했다.

물탱크를 동원해 배우들에게 물을 뿌려야 할 때는 아예 장면을 빼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열정을 보인 배우들 덕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특히 수중 촬영은 보는 것보다 곱하기 10은 힘들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무치 역의 강하늘씨는 촬영 후 병원에 가서 코에 들어간 물을 빼냈고, 단주 해랑 역의 한효주씨는 물 위에 올라와 토하기 일쑤였죠. 모두가 저체온증에 시달렸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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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김정훈 감독 "CG 살아 숨 쉬게 한 건 배우들 연기"
영상미와 화려한 액션, 코믹한 요소가 어우러진 영화는 김 감독이 어릴 적 봤던 '보물섬', '신밧드의 모험'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두 아이 아빠로서 설 연휴에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를 만들려 했다"고 강조했다.

열 살 아이를 시사회에 초청해 감상평도 들었다.

다행히 "아빠 영화라 그런지 재밌다고 해줬다"는 평이 돌아왔다고.
"어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연출에 신경을 썼다"는 김 감독은 "어린이들의 만족도와 이해도가 높은 듯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흥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바람은 없습니다.

다만 가족들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 '해적'으로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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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김정훈 감독 "CG 살아 숨 쉬게 한 건 배우들 연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