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히 빛난 음향의 성찬…코리안심포니와 라일란트 산뜻한 새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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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상임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 취임 연주회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상임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의 데뷔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계속되는 코로나19 시기에 새 출발의 의미를 강조하려는 듯 '빛을 향해'를 부제로 했으며, 주요 곡 모두 '출발', '시작'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다.
1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5장 프렐류드로 열렸다.
3분 남짓의 짤막한 곡이지만 꽉 찬 4관 편성으로 전 음역대를 커버하는 목관악기와 다양한 타악기를 총동원했다.
정적을 깨는 휘슬로 시작하는 음악은 명랑한 파티풍이지만, 왁자지껄한 흥겨움 이면에 풍자와 반어의 뉘앙스가 들어 있었다.
마음껏 모이지 못하는 코로나 시대, 조심스러운 축하의 제스처가 아니었을까.
잠시의 연주를 위해 다양한 악기를 무대 위에 올린 것 또한 새해 관객에게 보내는 인사였을 것이다.
1부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연주됐다.
협연자로는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이 나섰다.
임윤찬은 꿈꾸는 피아니스트, 몽상가적인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음악에 몰입하는 힘은 연주자에게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얼마나 작품 안으로 빨리 또 깊이 몰입하는가가 해석의 개성과 흡입력을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임윤찬은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첫 터치부터 곡에 깊이 몰입했고, 한 번 한 번의 호흡으로 듣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순간순간의 음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임윤찬은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빼어나게 조절하며 갖가지 판타지를 불러냈다.
건반 앞에서 발휘하는 상상력이 자유롭고도 다채로워 연주가 마치 놀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단조의 곡을 밝게 전환시키는 장조의 1악장 2주제는 임윤찬의 탁월함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선율을 연주하는 오른손 파트로는 다정다감한 톤을 잘 전달하면서 왼손 파트에서는 베토벤다운 역동적인 리듬을 한껏 강조했다.
상반되는 두 가지 톤을 한 호흡 안에서 탁월하게 전달해 관객들은 베토벤 음악의 입체성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1악장 카덴차(협주곡에서 독주자가 자유롭게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의 폭발력 또한 인상적이었다.
라일란트의 코리안심포니는 임윤찬과 호흡을 세심하게 맞추면서도 단순한 반주가 되지 않도록 질감과 양감 면에서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다만 3악장의 템포는 다소 급하게 설정된 감이 있었다.
좀 더 여유로운 호흡으로 출발했다면 마지막 프레스토 부분에서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더 강조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임윤찬의 연주는 10대 천재가 그 나이 때에만 들려줄 수 있는 싱싱함과 재미로 가득했다.
2부에선 슈만의 교향곡 2번이 무대에 올랐다.
1악장 서주 부분은 전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를 제시하는 대목이다.
은은하게 시작되어야 할 처음 부분의 트럼펫이 다소 거칠어 그 아래 현의 움직임을 가렸지만 이런 밸런스의 문제는 뒤로 갈수록 지워졌다.
전반적으로 라일란트의 코리안심포니는 음향과 밸런스적인 면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먼저 현악 합주의 응집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저음 파트, 특히 더블베이스가 보다 분명한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제2바이올린이나 비올라 또한 더 세심한 표현력과 색채를 들려주었다.
특히 2악장에서 전체 현악기군은 속도, 리듬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했다.
마치 고탄성을 지닌 것처럼 스케르초 부분에서는 격렬한 응집력을, 트리오 부분에서는 부드러운 흐름을 자연스럽게 재현해냈다.
목관 파트 역시 솔로에서나 앙상블에서 좋은 모습이었다.
어느 악기 할 것 없이 색채감 있게 솔로 부분을 잘 소화했고, 느린 악장인 3악장에서는 특히 현악과 합쳐질 때의 목관의 음색이 훌륭하게 전체에 녹아들었다.
마지막 4악장은 이런 연주 수준이 결집된 훌륭한 연주였다.
라일란트는 클라이맥스에 주도면밀하게 접근해가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들려주었다.
특히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의 주제가 제시되는 코다 부분에서는 서정적인 톤과 밝고 외향적인 팡파르를 탁월하게 조형했다.
겉으로만 요란한 음향 효과가 아니라 주요 모티브들을 선명하게 한데 엮어 공들여 잘 준비한 음향적 성찬이었다.
앙코르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라일란트 상임 지휘자는 관객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고 관객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라일란트와 코리안심포니. 앞으로의 동행이 기대된다.
/연합뉴스
이날 공연은 계속되는 코로나19 시기에 새 출발의 의미를 강조하려는 듯 '빛을 향해'를 부제로 했으며, 주요 곡 모두 '출발', '시작'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다.
1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5장 프렐류드로 열렸다.
3분 남짓의 짤막한 곡이지만 꽉 찬 4관 편성으로 전 음역대를 커버하는 목관악기와 다양한 타악기를 총동원했다.
정적을 깨는 휘슬로 시작하는 음악은 명랑한 파티풍이지만, 왁자지껄한 흥겨움 이면에 풍자와 반어의 뉘앙스가 들어 있었다.
마음껏 모이지 못하는 코로나 시대, 조심스러운 축하의 제스처가 아니었을까.
잠시의 연주를 위해 다양한 악기를 무대 위에 올린 것 또한 새해 관객에게 보내는 인사였을 것이다.
1부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연주됐다.
협연자로는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이 나섰다.
임윤찬은 꿈꾸는 피아니스트, 몽상가적인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음악에 몰입하는 힘은 연주자에게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얼마나 작품 안으로 빨리 또 깊이 몰입하는가가 해석의 개성과 흡입력을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임윤찬은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첫 터치부터 곡에 깊이 몰입했고, 한 번 한 번의 호흡으로 듣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순간순간의 음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임윤찬은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빼어나게 조절하며 갖가지 판타지를 불러냈다.
건반 앞에서 발휘하는 상상력이 자유롭고도 다채로워 연주가 마치 놀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단조의 곡을 밝게 전환시키는 장조의 1악장 2주제는 임윤찬의 탁월함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선율을 연주하는 오른손 파트로는 다정다감한 톤을 잘 전달하면서 왼손 파트에서는 베토벤다운 역동적인 리듬을 한껏 강조했다.
상반되는 두 가지 톤을 한 호흡 안에서 탁월하게 전달해 관객들은 베토벤 음악의 입체성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1악장 카덴차(협주곡에서 독주자가 자유롭게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의 폭발력 또한 인상적이었다.
라일란트의 코리안심포니는 임윤찬과 호흡을 세심하게 맞추면서도 단순한 반주가 되지 않도록 질감과 양감 면에서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다만 3악장의 템포는 다소 급하게 설정된 감이 있었다.
좀 더 여유로운 호흡으로 출발했다면 마지막 프레스토 부분에서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더 강조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임윤찬의 연주는 10대 천재가 그 나이 때에만 들려줄 수 있는 싱싱함과 재미로 가득했다.
2부에선 슈만의 교향곡 2번이 무대에 올랐다.
1악장 서주 부분은 전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를 제시하는 대목이다.
은은하게 시작되어야 할 처음 부분의 트럼펫이 다소 거칠어 그 아래 현의 움직임을 가렸지만 이런 밸런스의 문제는 뒤로 갈수록 지워졌다.
전반적으로 라일란트의 코리안심포니는 음향과 밸런스적인 면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먼저 현악 합주의 응집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저음 파트, 특히 더블베이스가 보다 분명한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제2바이올린이나 비올라 또한 더 세심한 표현력과 색채를 들려주었다.
특히 2악장에서 전체 현악기군은 속도, 리듬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했다.
마치 고탄성을 지닌 것처럼 스케르초 부분에서는 격렬한 응집력을, 트리오 부분에서는 부드러운 흐름을 자연스럽게 재현해냈다.
목관 파트 역시 솔로에서나 앙상블에서 좋은 모습이었다.
어느 악기 할 것 없이 색채감 있게 솔로 부분을 잘 소화했고, 느린 악장인 3악장에서는 특히 현악과 합쳐질 때의 목관의 음색이 훌륭하게 전체에 녹아들었다.
마지막 4악장은 이런 연주 수준이 결집된 훌륭한 연주였다.
라일란트는 클라이맥스에 주도면밀하게 접근해가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들려주었다.
특히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의 주제가 제시되는 코다 부분에서는 서정적인 톤과 밝고 외향적인 팡파르를 탁월하게 조형했다.
겉으로만 요란한 음향 효과가 아니라 주요 모티브들을 선명하게 한데 엮어 공들여 잘 준비한 음향적 성찬이었다.
앙코르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라일란트 상임 지휘자는 관객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고 관객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라일란트와 코리안심포니. 앞으로의 동행이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