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가 발굴한 항암신약이 미국에서 임상 2상에 들어간다. 4년 전 이 기술을 사들인 미국 바이오 회사가 현지 임상을 수행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 ‘ABL001’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고 23일 밝혔다. ABL0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2018년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트리거테라퓨틱스에 넘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다. 트리거테라퓨틱스는 이후 나스닥 상장사인 콤패스테라퓨틱스에 합병됐다. 이번에 ABL001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주체도 콤패스테라퓨틱스다.

ABL001의 국내 임상 속도는 미국보다 빠르다. 국내 상업화 권한을 확보한 한독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이중항체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에 들어간 건 ABL001이 처음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미국 임상은 한국에서 하고 있는 임상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엘피사이언스는 콤패스테라퓨틱스가 확보한 글로벌 권리 가운데 중국 권리만 따로 떼어내 현지에서 임상 1·2상을 수행하고 있다.

ABL001은 혈관상피세포성장인자(VEGF)와 신생혈관조절단백질4(DLL4)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다. 암 조직 내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 세포를 죽이는 방식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약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001 외에도 고형암 치료제로 미국에서 2개(ABL503, ABL111) 파이프라인에 대해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퇴행성 뇌질환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1조272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파킨슨병 치료제(ABL301)가 대표 주자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