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전만 해도 "제 의무"→"편향성 시비·후배들 아픔 호소 외면 못해"
선관위 "내부 분위기 뒤숭숭…개개인 비판의견도 나와"
野비판 더해 내부 들끓은 여론에…조해주, 선관위원직 결국 사퇴
임기 연장으로 '대통령 임기 말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을 야권으로부터 받았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돌연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선관위에 따르면 조 위원은 이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이제 정말 완벽하게 선관위를 떠나련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도 사의를 표했고,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

전날 '선관위원직을 계속 수행하겠느냐'는 언론의 질의에 "예. 제 의무이니까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지 하루 만에 사의 표명 쪽으로 전격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조 위원은 오는 24일 상임위원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반려에 따라 비상임 위원으로 3년 더 활동할 계획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에 전례가 없다며 "임기말 꼼수 알박기"라며 반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조 위원을 향해 "개인의 출세와 영달과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공정성을 엿 바꿔 먹은 아주 악질적인 인사"(김기현 원내대표)라는 비판도 가했다.

그럼에도 임기 연장 의지를 밝혔던 조 위원이 사퇴로 갑작스레 선회한 데는 선관위 내부의 비판적인 여론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 연장 소식이 알려지자 선관위 내부 중앙위원회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퇴 촉구 입장이 나왔고,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대표단이 사무총장을 면담하는 등 내부의 반발 여론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조 위원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일부 야당과 언론의 정치적인 비난과 공격은 견딜 수 있으나 위원회가 짊어져야 할 편향성 시비와 이로 인해 받을 후배님들의 아픔과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해주 상임위원 문제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했고 개개인 의견이긴 하나 비판적인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 문제를 제기하며 '친여권 선관위'가 3·9 대선의 심판을 맡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 제기해 왔다.

청와대에서 조 위원의 사의를 결국 수용한 것도 이러한 비판에 부담을 느낀 차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고려할 때 후임을 현시점에서 임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 당분간은 후임 공석 사태가 이어지면서 선관위원 7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문상부 후보에 대해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는 바람에 8인 체제로 구성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