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린쉽은 칼, 디지털전환은 방패"…스마트조선소 구축 나선 한국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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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IoT, 로보틱스 등 활용해 2030년까지 구축
전 공정 데이터화…생산성 30% 향상 목표
중국업체 저가 경쟁 여전…조선인력 부족현상 심화
"공정 자동화 없인 조선소 존립 불투명…생존 위한 방패"
전 공정 데이터화…생산성 30% 향상 목표
중국업체 저가 경쟁 여전…조선인력 부족현상 심화
"공정 자동화 없인 조선소 존립 불투명…생존 위한 방패"
현대삼호중공업 영암 조선소 내업 공장. 건조에 쓰이기 위해 정교하게 잘린 강판마다 마치 영수증 코드 같은 AR(증강현실)마크가 붙어있었다. 강판의 경로를 따라 설치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공정 한켠 키오스크에 나타났다. 유영웅 현대삼호중공업 DT혁신기획부 수석매니저는 “자재의 입출고 현황부터 공정 진척도까지 실시간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며 “불필요한 자재 손실을 줄이고 공정 간 대기 시간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조선사 한국조선해양이 추진 중인 스마트 조선소(Future of Shipyard·FoS) 프로젝트의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의 모습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자재 도입부터 블록 조립, 선박 건조까지 전 공정이 효율적으로 배치된 영암 조선소를 시작으로 2020년부터 FoS를 추진 중이다.
FoS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2030년까지 모든 생산이 최적화·자동화된 자율운영 조선소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전 공정을 데이터화하고,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의 병목을 확인하는 것이 2023년까지 추진되는 1단계다.
2026년을 목표로 한 2단계에선 확인된 병목을 제거하고 각각의 공정 데이터를 연결해 최적화된 생산 기술을 만들어낸다. 최종적으론 실제 조선소와 똑같은 가상의 조선소를 만들고 끊임없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한 자율운영 조선소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FoS 구축에 32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 밝힌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한국조선해양이 여기에 쏟아붓는 자금만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영환 현대삼호중공업 상무는 “생산성을 30% 향상시키고 리드타임도 30% 개선시켜 경쟁사 대비 10~30% 높은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조선해양만이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부터 ‘스마트SHI’라는 이름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세우고 데이터 기반 조선소 구축에 나섰다. 지난 11월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어 첨단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에 착수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 4월 조선소 내 자원·에너지 정보를 수집해 공정에 반영하기 위한 전담 조직인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를 만들었다.
한국 조선소들은 생산 혁신 없인 중국 조선소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건비가 싼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도산 직전까지 갔던 2010년대 중반 조선업 위기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숙련 기능공들의 노령화와 청년층의 생산직 기피 현상으로 점점 기술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조선소들의 위기감을 커지게 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작년부터 이어진 수주 호황으로 2022년 국내 조선 3사의 조립 물량은 올해보다 23% 증가한다. 하지만 인력은 이전 수주 호황기였던 2014년의 절반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정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조선소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정도”라며 “스마트 조선소 구축은 생존을 위한 방패”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이는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조선사 한국조선해양이 추진 중인 스마트 조선소(Future of Shipyard·FoS) 프로젝트의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의 모습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자재 도입부터 블록 조립, 선박 건조까지 전 공정이 효율적으로 배치된 영암 조선소를 시작으로 2020년부터 FoS를 추진 중이다.
FoS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2030년까지 모든 생산이 최적화·자동화된 자율운영 조선소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전 공정을 데이터화하고,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의 병목을 확인하는 것이 2023년까지 추진되는 1단계다.
2026년을 목표로 한 2단계에선 확인된 병목을 제거하고 각각의 공정 데이터를 연결해 최적화된 생산 기술을 만들어낸다. 최종적으론 실제 조선소와 똑같은 가상의 조선소를 만들고 끊임없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한 자율운영 조선소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FoS 구축에 32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 밝힌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한국조선해양이 여기에 쏟아붓는 자금만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영환 현대삼호중공업 상무는 “생산성을 30% 향상시키고 리드타임도 30% 개선시켜 경쟁사 대비 10~30% 높은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조선해양만이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부터 ‘스마트SHI’라는 이름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세우고 데이터 기반 조선소 구축에 나섰다. 지난 11월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어 첨단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에 착수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 4월 조선소 내 자원·에너지 정보를 수집해 공정에 반영하기 위한 전담 조직인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를 만들었다.
한국 조선소들은 생산 혁신 없인 중국 조선소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건비가 싼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도산 직전까지 갔던 2010년대 중반 조선업 위기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숙련 기능공들의 노령화와 청년층의 생산직 기피 현상으로 점점 기술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조선소들의 위기감을 커지게 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작년부터 이어진 수주 호황으로 2022년 국내 조선 3사의 조립 물량은 올해보다 23% 증가한다. 하지만 인력은 이전 수주 호황기였던 2014년의 절반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정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조선소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정도”라며 “스마트 조선소 구축은 생존을 위한 방패”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