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 아버지, 법정서 "말도 안 된다…양심 지켜야" 큰소리
유출 답안으로 내신시험…'숙명여고 쌍둥이' 2심도 집행유예(종합)
교무부장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을 보고 숙명여자고등학교 내신 시험을 치른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 최병률 원정숙 부장판사)는 21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두 쌍둥이 딸(21)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회봉사를 명령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가 시험지에 엉뚱한 값을 대입한 흔적이 있는데도 정답을 맞힌 점, 다른 성적 상위권 학생들과 달리 답안이 정정되기 전의 답을 써낸 점, 유출한 답을 포스트잇에 메모한 흔적이 발견된 점을 비롯해 여러 정황과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두 자매가 서로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했다고 인정한 1심 판단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판결을 파기하고 형량을 정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 같은 학년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은 물론 공교육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도 정당하게 성적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뉘우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아버지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고, 범행 당시 만 15∼16세로 고교 1∼2학년이었던 피고인들이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점, 형사처벌과 별개로 국민적 비난과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는 자매 가운데 동생만 출석했고, 이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아버지 현씨도 법정에서 판결을 지켜봤다.

건강을 이유로 앞서 여러 차례 공판에 불출석했던 언니는 입원한 상태라고 변호인은 설명했다.

아버지 현씨는 유죄가 선고되자 법정에서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모순적이라도 양심만은 지켜야죠" 등 소리치다가 법정 경위들에게 제지됐다.

이들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었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검찰은 쌍둥이 자매가 미성년자였던 1심에서는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실형을 구형했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죄증이 명백한데도 범행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법과 사회 질서를 부정하는 반사회적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쌍둥이 측은 1심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의심만 존재할 뿐 의심이 증거에 의해 입증되는 것은 없다"고 항변했다.

자매는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018년 10월 퇴학 처분을 받았다.

두 딸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