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습./ 신화연합뉴스
미국 등 6개국이 북한의 지난 17일 미사일 도발 하루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지난해 연이은 도발에도 대화를 강조하던 미국은 북한 미사일을 ‘공격(attack)’이라 칭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을 겨냥한 첫 독자 대북 제재를 부과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이 어깃장을 놓고 있는 안보리 차원의 제재 등 강한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영국·프랑스·아일랜드·알바니아가 동참했고 멕시코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의 긴급 회의 소집 요청은 북한이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미국은 지난 10일에도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이들 국가와 함께 북한이 민감해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할 것이라는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 관련 안보리 긴급회의는 올 들어 두 번째로 20일 열릴 전망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공격’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2일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항해 북한 국적 인사 등 개인 7명과 러시아 기업 1개에 대한 금융 제재도 단행했다. 미국은 이 가운데 북한 국적자 5명을 안보리 차원의 제재 대상으로 추가할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다만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가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5개의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의 컨센서스(전원 합의)로 제재를 결정한다. 이 중 한 국가라도 반대 의사를 표시할 경우 추가 제재는 불가능한데 최근 적극적으로 북한을 비호하고 있는 중국이 반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반도 정세가 오늘에 이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며 되레 한·미에 원인을 돌리는 듯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반대를 표명한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없지만 시간이 남아 있으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가 성사될 경우 북한이 또다시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11일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2시간만에 최고속도 마하10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에 나섰다. 미국의 독자 제재 부과 다음날엔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명백한 도발”이라 주장한 뒤 8시간도 지나지 않아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내고 북한이 이에 다시 반발하며 2018년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이전의 미·북 악순환 구도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