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천안함 문신으로 새겨…"이젠 이렇게 기억할 일 안 생겼으면" "사진 속 대부분 나무가 좀 상처가 나 있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우리의 마음이 아닌가 해요.
많은 이가 아픈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계속 보고 찍고 하는 거죠."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하는 올해 제6회 브뤼셀 사진 축제(Photo Brussels Festival 06)에 참여하는 사진작가 김중만(68)은 19일 서울 성동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축제 참가작 '상처 난 거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작가는 전농동 집에서 청담동 작업실로 향하는 둑길 위에 있던 나무와 그 주변 풍경을 담는 작업에 2008년부터 9년의 세월을 쏟았다.
나무 하나만 찍으려던 시선이 옆 나무들로 옮아가고, 여름만 찍으려다 사계절을 다 담게 되고, 어떤 날은 나무를 스치는 바람을 찍고, 후반엔 나무에 앉은 새를 찍었다고 했다.
사진들은 모두 흑백으로 한지에 담았다.
"처음부터 한지에 인화하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찍다 보니 수묵화라는, 내가 생각하지 않던 그런 단어가 나왔다"며 수묵화적인 표현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해 한지를 택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9년간 애정을 쏟은 이 나무 사진들을 이미 2018년 한미사진미술관 개인전 등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 선보였지만, 이번 브뤼셀 전시를 통해 한동안 잘 만나지 못한 외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데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20여 명 유명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에도 그의 작품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개막에 맞춰 브뤼셀로 출국하려 했으나 지난 연말 폐렴에 걸려 한동안 입원하는 바람에 그 계획을 접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 파견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로 갔다가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고 그 후에도 일본, 미국에서 생활하며 코스모폴리탄 삶을 산 김 작가이지만 최근 그가 가장 관심을 두는 데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일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에는 "겸재가 우리에게 준 그 감동을 되돌려주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신윤복의 한복도 마찬가지"라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신윤복의 풍속화 속 인물들을 사진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성동구 스튜디오로 작업실을 옮겼고, 올해 패션브랜드 칼하트 WIP와 소니 코리아 후원을 받기로 해 작업 환경은 갖춘 상태다.
그는 "결국은 자기 뿌리에 대한 애정"이라며 "우리 것에 스케일과 아름다움을 보태서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첫째라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폐렴에 걸렸던 것도 연말 인왕산에 올라갔다가 생긴 일이라고 한다.
과거에 했던 레게머리, 많은 문신 등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도 큰 관심을 받은 김 작가는 문신을 물으려 하니 대뜸 자신의 목에 쓰인 로마 숫자 304(CCCIV)와 왼쪽 어깨에 새긴 46을 보여주며 "무슨 숫자인지 알겠나"라고 물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과 천안함 46용사를 "기억하기 위해" 몸에 새긴 것이라고 자답하며 "이제 더는 (이렇게) 기억할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처음 사진을 시작하던 때와는 달리 이제 누구나 휴대전화로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변한 상황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사진을 쉽게 접하고 대하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며 "자꾸 보고, 찍고 그러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빛을 기억할 수 있다.
사진가들에도 자극이 되고"라고 말했다.
다만 사람들이 너무 많은 사진을 찍다 보니 결국은 상당 부분 지우게 된다며 "사진을 지우는 것은 기억을 지우는 것인데, 일기처럼 중요한 것을 찍는 자세를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