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선별진료소 등 열악한 환경 장기화…개인 일상은 포기
"완쾌한 환자들이 손 흔들어줄 때 보람" "조금 더 버티면 끝이라는 희망 품어봐"
[코로나 2년] 최전선 지킨 의료진…"막막하지만 끝까지 함께"
"글쎄요, 기약이 없죠. 워낙 길어지다 보니 감이 잘 안 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이 막막함…."
지난해 연말 66명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진 홍성교도소의 김현성(26) 공보의는 교도소 내 상황이 언제쯤 끝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의료진에게도 미지의 병"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매일 확진된 수용자들을 진료하고, 백신 접종까지 도맡은 그는 "잘 모르는 병과 마주하다 보니 솔직히 부담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오랜만에 지인 얼굴 볼까 하다가도 미룬 경우가 몇 번 된다"면서도 "진료받은 분들이 고맙다고 해줄 때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공보의는 "복무를 마치기 전 꼭 이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중증 환자들이 들고 나는 대학병원은 감염 위험은 물론 병상 부족, 열악한 근무 환경과도 장기간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 2년] 최전선 지킨 의료진…"막막하지만 끝까지 함께"
서울대병원 재난의료본부에서 만난 정혜민(40) 교수는 "2020년 4월에 6개월 기한으로 만든 임시조직이 6개월씩 연장되면서 올해 4월이면 2주년을 맞는다"고 했다.

정 교수는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를 운영하는 병상 인력은 여전히 늘 부족하다.

벤틸레이터를 볼 수 있는 간호사 트레이닝을 두세 달에 10명씩 하는데도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인공호흡기를 한 환자들이 코로나에서 완치하면 갈 곳이 없어진 것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늘 병상 걱정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일상은 포기한 지 오래다.

그는 "다른 연구는 하나도 못 하고 있다.

코로나와 관련해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싶어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직원들이 1년씩 고생하고 가는데 환송회도 못 한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 병동에서 일하는 이은준(55) 수간호사도 이곳 생활이 벌써 2년째다.

이곳에 오는 환자는 의식이 없거나 위중한 경우라 애가 타는 보호자들이 의료진에 상처 주는 언행을 하는 일도 잦다고 한다.

이 간호사는 "서로 의지하면서 버틴다.

체력적으로 힘든데도 끝까지 하겠다며 같이 견뎌주는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치료 사례를 묻자 "에크모(심장이나 폐가 기능을 못 할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와 프룬 포지션(엎드려 받는 치료) 치료를 동시에 해야 하는 폐렴 환자가 있었는데 식사도 혼자 할 만큼 나아져 오늘 퇴원했다"고 말했다.

서울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보현(28) 간호사는 "아무 탈 없이 퇴원하는 분들에게 가장 감사하다"며 "공공병원 특성이 있어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무조건 다 수용한다.

사명감으로 일하는데, 파견 간호사와 급여 체계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회의가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환자분들이 완쾌 후 퇴원하시면서 저희가 앉아있는 곳을 향해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잘 있다 간다'고 할 때는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지난해에는 완쾌해 퇴원했던 신현봉(80) 씨가 이곳에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일반 병원에서 감염병 전담 기관이 된 곳들은 '세트업'부터 새로 하느라 지난 2년이 더욱 고단했다.

[코로나 2년] 최전선 지킨 의료진…"막막하지만 끝까지 함께"
송파그랜드요양병원의 정성자(62) 간호팀장은 "일반 의료기관이었는데 확진자가 90명 나오면서 코로나 전담 병원이 됐다"며 "행정적인 지원이 따라오지 않을 때 힘들었다.

초반에는 방역 물품도 모자라 야전병원에서 일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호자들이 환자 상태를 궁금해해도 그 요구를 100% 충족해주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면전에 폭언할 때는 간호사 40년 경력에도 자괴감이 들더라"고 했다.

이어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하고, 밥은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른다.

마트도 제대로 못 가고 가정생활은 사라졌다"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우리 나름대로 계속 고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방역 최전선에 있는 선별진료소 역시 '번아웃' 된 지 오래다.

노원구보건소에서 병상 배정 업무를 담당하는 조현지(29) 씨는 매일 부족한 병상을 따내느라 전쟁을 치른다.

그는 "빨리 병상 배정을 해드리고 싶은데, '언제 확보되냐'는 민원 전화가 1분에 한 번씩 올 때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일이 폭증할 때의 스트레스가 힘들다"면서도 "투석하는 분이 대기 끝에 입소하시고 감사 인사를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늘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무장 중인 그는 "코로나가 끝나면 마스크 좀 벗고, 가까운 해외라도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 곳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일하는 이지은(29) 씨는 "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보니 청력 저하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을 파악하고, 밀접 접촉자들을 조사해 통보하는 일을 한다.

이 씨는 "확진자가 폭증하면 당일 역학조사를 바로 하지 못하는데 그러면 민원이 폭주한다"며 "보건소 강당에 임시로 업무공간을 만들다 보니 너무 춥고 환기도 어렵다.

업무 환경도 열악해 만성피로에 시달린다"고 했다.

[코로나 2년] 최전선 지킨 의료진…"막막하지만 끝까지 함께"
종로구보건소 선별검사소의 박홍은(31) 임상병리사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지원해 검체 채취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검사받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노는 것보다 코로나를 먼저 배운 것 같아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장신영(32) 간호사는 "2년이 어떻게 간 지 모르겠다.

매번 내년에는 다른 업무를 하는 나를 상상했는데, 델타와 오미크론 등 여러 변이가 나올 때마다 그런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길어져도 기존 건강 증진 사업들을 멈출 수는 없다.

코로나만 끝나도 보건소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그래도 치료제도 나오고 하니 조금만 더 버티면 정말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고 말했다.

방역 최전선에 선 의료진과 관계자들은 추위에 수시로 손 소독을 하느라 살갗이 벗겨진 일이 부지기수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겠지만, 끝날 때까지 함께할 생각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