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소젠, 국내 첫 '엑소좀 신약' 美임상 도전
“올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엑소좀 기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김수 브렉소젠 대표(사진)는 19일 “엑소좀을 일정한 품질로 대량생산하는 기술, 엑소좀 속 유효성분을 늘리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르면 하반기에 엑소좀 기반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가장 빠른 개발 속도다.

엑소좀은 몸속 세포에서 분비되는 지름 50~200㎚(나노미터)의 동그란 입자다. 처음엔 세포가 분비하는 ‘찌꺼기’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후 세포 속을 드나들며 신호를 전달하는 ‘우체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약 개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개의 약물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지 못해 약효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를 엑소좀으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사들은 약물을 엑소좀에 싣거나 엑소좀 자체를 약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엑소좀 기반 신약 개발의 난제 가운데 하나는 비슷한 품질을 가진 엑소좀을 대량생산하는 것이다. 브렉소젠은 엑소좀을 얻어내는 세포에서 답을 찾았다. 대개는 중간엽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엑소좀을 추출한다. 이 방식의 단점은 증식 효율 문제다. 여덟 차례 정도 배양을 거치면 증식 효율이 떨어진다. 반면 이 회사는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중간엽줄기세포로 분화하기 전 단계에서 특정 조건에 따라 선별한 세포를 이용한다. 김 대표는 “열 차례 이상 배양해도 증식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세포당 엑소좀 생산량도 기존 대비 5배 이상 많다”고 했다.

약효를 끌어올리는 방식도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다. 엑소좀 자체를 약으로 쓰기 위해선 엑소좀 속에 유효성분이 많이 담겨야 한다. 이를 위해 엑소좀을 분비하는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브렉소젠은 유전자를 조작하는 대신 외부에서 이 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들을 찾는 데 집중했다. 펩타이드, 효소, 저분자화합물 등을 이용해 질환별로 맞춤형 엑소좀을 만드는 전략이다.

브렉소젠은 앞으로 3년간 해마다 후보물질 1개씩을 임상에 진입시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BRE-AD01’은 오는 6월 임상을 신청한 뒤 하반기 미국에서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브렉소젠은 2024년 상반기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