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산 증식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부동산, 해외 주식투자, 암호화폐에 관한 관심과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자산인 지식재산은 백안시한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지식재산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지식재산이 무엇이고, 지식재산으로 무엇을 할지를 제시한다. (나라아이넷, 312쪽, 1만8000원)
직장 생활을 다룬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부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작은 실수에도 크게 혼나고, 마음에 드는 직원에겐 조그만 성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항상 혼나기만 하는 직원은 어깨가 축 처져 있기 마련이다. 탐탁지 않은 부장은 더 성화를 부린다.프랑스 최고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 교수를 거쳐 현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학장으로 있는 장 프랑수아 만초니는 ‘직장의 일상’일 수 있는 이런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와 동료 장 루이 바르수는 상사의 낙인과 질책이 어떻게 유능한 직원도 실패하게 할 수 있는지 분석해 1998년 경영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긴 글을 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잡지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글이 됐다. 둘은 2002년 이를 책으로 펴냈다. 2014년 《확신의 덫》으로 번역 출간된 이 책이 《필패 신드롬》으로 제목으로 재출간됐다.정말 유능한 직원도 실패한 직원으로 전락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한 대기업에서 제조 관리자로 일했던 스티브란 인물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매우 정열적이고 의욕이 넘쳤다. 현장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재빠르게 해결했다. 상사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아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새 제조 라인에 투입됐다.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상사 제프는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보고서를 요청했다. 제프는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점차 스티브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스티브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통제하려고 했고, 스티브는 의기소침해졌다.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시작은 우연일 수 있다. 작은 실수 혹은 행동, 태도가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그때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쉽게 꼬리표를 붙여버리면 악순환이 나타난다. 부하 직원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 마음에 안 들어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주관에 부합하는 정보만 인식하려는 확증편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상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인지적 편견에 빠져든다. 이런 편견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유능한 직원조차 무능한 직원으로 전락하고 만다.꼬리표 붙이기는 진화의 산물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해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일순간의 정보로 판단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평가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냐는 질문에 리더들의 대답은 10분에서 6개월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책은 “꼬리표를 붙이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유능한 직원을 무능한 직원으로 낙인찍는 속도가 빨랐다”고 설명한다.상사들은 “부하 직원이 일을 잘 못 하니 도와주려 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업무를 맡기며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지시한다.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의견이 다르면 자신의 말이 옳다고 고집한다. 부모가 어린아이를 대하듯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부하 직원은 수동적으로 변하고, 일에 대한 의욕을 잃게 된다.필패 신드롬은 고칠 수 있다. 처음부터 부하 직원의 의욕을 꺾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상사는 없고, 직장에서 형편없이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도 없기 때문이다. 상사든 부하든 스스로 자신이 추측하고 확신하는 생각이 맞는지 의문을 던지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섣부른 확신, 성급한 결론, 일방적인 간섭이 아니라 상사와 부하가 서로를 격려하고 지원해줌으로써 더 나은 성과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선 주관적 판단 대신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위 사례에서 제프는 “스티브가 보고서에 충분한 에너지를 쏟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대신 좋은 보고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스티브의 보고서에서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설명해야 한다.직장 생활에 관한 책이지만 누가 읽어도 배울 점이 있는 책이다. 필패 신드롬은 상사와 부하는 물론 교사와 학생, 코치와 선수 등 모든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차트가 들썩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급등락을 거듭하는 주가를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숫자와 도표, 그리고 눈은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믿고 힘껏 매수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한없이 오를 것만 같던 주가는 내가 주식을 사자마자 곤두박질친다.《차트의 유혹》은 시각을 통한 인간 인지구조의 허점이 주식투자 실패로 이어지는 과정을 파고든 책이다.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지난해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주식 심리학 강의’를 개설해 화제가 된 내용을 담았다.저자는 주식투자 행동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시선으로 바라볼 때 투자라는 행동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경제적 현상이지만, 주식을 살지 팔지를 결정하는 건 사람의 몫이라는 얘기다.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도움을 준 인간의 본성은 주식투자에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주식시장과 실제 세계는 별개의 공간이지만 사람들은 흔히 둘이 같다고 혼동한다. 인간은 중력, 관성, 마찰, 무게의 영향을 받는 물리의 세계, 그중에서도 규칙적인 선형적 관계를 중심으로 세상을 파악한다.하지만 주가는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가는 매 순간 벌어지는 사건의 결과일 뿐 앞뒤 사건과 크게 관련이 없다. 물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고차함수로도 설명되지 않는 불규칙성을 지닌 게 주식시장이다. 반면 인간의 시각 시스템은 선형성에 의존해 주가 막대를 지각하고 예측하려는 강한 본능을 지녔다.그 결과, 가파르게 상승하는 주가를 보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긴다. 추격매수를 하고, 급등주를 매수할 때 강한 충동을 느끼는 이유다. 여기에다 분산된 사건을 표시한 것일 뿐인 캔들 차트는 주가 흐름을 연속적으로 보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인간은 주식에 감정도 투사한다. 캔들 차트를 읽을 줄 모르는 워런 버핏이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때론 눈을 감아야 진리가 보인다.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코로나19는 그동안 선진국이라 불렸던 여러 나라의 민낯을 보여줬다. 그중엔 우리가 오랫동안 복지국가 모델로 선망해온 일부 북유럽 국가도 있다. 느슨한 방역과 미흡한 의료 역량, 과부하가 걸린 공공의료 시스템이 문제가 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스웨덴은 ‘집단면역’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전염병에 취약한 노인 세대부터 먼저 희생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결국 국왕이 직접 나서 전 세계 앞에 방역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북유럽이 이런 혼란을 겪으면서 그들이 공유하고 있던 ‘보편적 복지국가’의 틀도 함께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은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실체를 조명한다. 저자는 2014년 스웨덴으로 건너가 현지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박지우 씨다. 저자는 의료·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가 예산으로 공공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는 스웨덴은 한국과 달리 응급상황에서도 기본적인 대기시간만 5~10시간에 달한다. 교육은 계층 사다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고 스웨덴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노령연금은 각종 소득세와 주거비, 필수 생활비를 제외하면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17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이처럼 혜택이 기대만큼 크지 않지만 스웨덴은 국민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 소득구간별로 촘촘하게 나눠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서민 증세’라 불러도 될 만큼 저소득층에도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부가가치세도 높기 때문에 실생활에 필요한 외식비, 주류비, 주차비, 미용비 등이 비쌀 뿐만 아니라 주거비도 많이 나간다.저자는 강조한다. “스웨덴이 거쳤던 역사를 거울로 삼아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 봐야 한다. 무상복지 도입과 국민연금 등 복지제도 개혁, 과도한 세금과 주거비 부담 등 스웨덴이 마주한 지금의 현실은 언젠가 우리의 미래로 돌아올 수 있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