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주민회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각하

공공도로 사유화를 정당화하려던 제주 서귀포시 비오토피아 주민회의 시도가 재판부의 판결로 또다시 무산됐다.

'공공도로 사유화' 제주 비오토피아 항소심도 패소
광주고법 제주행정1부(왕정옥 부장판사)는 12일 비오토피아 주민회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원상회복 명령 취소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앞서 도로에 경비실과 차단기, 화단을 설치해 공중의 통행을 방해했다며 서귀포시가 비오토피아 주민회에 내린 원상회복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는데, 이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된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비오토피아 주민회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각하했다.

비오토피아 주민회는 지난해 12월 23일 국토계획법 제62조에 따라 기부채납되는 공공시설에 비오토피아 단지 내 도로가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비오토피아 단지 내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도로가 아닌 주민만 사용하는 도로이므로, 공공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기부채납할 필요가 없는데 기부채납됐다는 것이다.

법원이 주민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헌재가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항소심 재판은 중단될 수 있었다.

비오토피아 주민회는 이번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거나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앞으로 제기되는 사항에 따라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최종 승소 시 국유재산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에 곧바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공도로 사유화' 제주 비오토피아 항소심도 패소
비오토피아는 '제주의 베벌리힐스'(Beverly Hills)로 불리는 고급 주택단지다.

비오토피아 주민회는 2014년부터 주 진입로에 경비실과 차단기를, 또 다른 진입로에 화단을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도민과 관광객은 각 진입로에서부터 비오토피아레스토랑, 수풍석뮤지엄, 비오토피아 주택 단지까지 이어지는 약 8㎞(1만5천498㎡)의 공공도로를 자유롭게 통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2018년 지방선거 때 비오토피아의 공공도로 사유화 논란이 불거지자 같은 해 세 차례에 걸쳐 주민회 측에 경비실과 화단에 대한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안내문을 보냈다.

이에 비오토피아 주민회는 '공유지 사용이 도로법상 위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접수하며 맞섰고, 서귀포시는 2020년 2월 경비실과 차단기, 화단 모두를 철거하라는 원상회복 명령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비오토피아 주민회는 이를 따르지 않고 2020년 11월 법원에 원상회복 명령 취소와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잇따라 제기했다.

주민회 측은 1심 재판에서 "단지 내 각 주택의 담장이 없거나 매우 낮게 조성돼 있어 외부인들이 단지 내부를 통행할 경우 사생활과 안전을 침해할 경우가 있어 방범 활동을 목적으로 차단기 등을 설치했다"며 "외부인은 사실 주택단지 내부 도로를 이용할 권리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서귀포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반 대중이 도로를 통행한다고 해서 인근 주택 거주자의 주거 평온과 안정,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더 나아가 입주민들이 도로를 통행하는 것은 괜찮고, 외부인들이 통행하면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오토피아 주민회 측의 행태를 "도로법까지 위반하며 누리려는 불법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