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시도지사 직접 소통의 장 마련… 정례화·제도화 의미
'지방분권·균형발전' 대통령 의지 중요… 입법·자치·재정권 핵심의제 다뤄야
[자치분권 2.0] ⑤ 중앙지방협력회의, 진짜 '제2국무회의' 돼야 미래 열린다(끝)
자치분권 확대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법률이 13일 시행됨에 따라 '제2국무회의'로 불리는 중앙지방협력회의(이하 협력회의)가 연내 출범한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함께하는 협력회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을 도모하고 지방자치 발전과 지역 간 균형발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역할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협력회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지방'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인식이 전제돼야 하고, 심의할 주요 안건의 선정 기준과 방식 등에 관한 지자체의 실질적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치분권 2.0] ⑤ 중앙지방협력회의, 진짜 '제2국무회의' 돼야 미래 열린다(끝)
◇ 협력회의 태동 과정과 의미… "중앙과 지방의 소통·협력 제도화"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 채널은 시·도지사협의회,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정책협의회,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다양하게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들 기구는 정부와 지자체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의할 수 있는 위상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들어 기존의 국무회의 외에 대통령과 시·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성격의 협의체가 논의돼왔다.

이에 2021년 1월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협력회의 도입 근거가 마련됐고, 그해 7월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협력회의가 닻을 올리게 됐다.

협력회의는 의장인 대통령, 부의장인 국무총리, 시도지사 전원, 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법제처장,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장으로 구성된다.

안건 협의 등을 위해 실무협의회를 운영하는데 실무협의회 의장은 행안부 장관과 시도지사 중 1명이 공동으로 맡는다.

회의에서는 국가와 지자체 간 협력, 권한과 재원 배분, 균형발전 등 지방자치 발전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하며 국가와 지자체는 회의 결과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도록 법에 명문화돼 있다.

정례회의는 분기별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되, 해당 분기에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조정할 수 있고, 임시회는 필요에 따라 의장이 소집하게 돼 있다.

이러한 협력회의는 비정기적으로 열리던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 등을 정례화·제도화해 대통령이 직접 지방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회 입법조사처 하혜영 입법조사관은 "협력회의는 중앙과 지방의 소통·협력을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특히 대통령이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창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대 행정학부 하혜수 교수는 "2005년에 태동한 시도지사협의회가 정부에 건의한 안건 중 정부 수용률은 42.4%에 불과했다"며 "대통령이 의장으로서 주재하는 협력회의는 지방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진일보한 협의체"라고 말했다.

[자치분권 2.0] ⑤ 중앙지방협력회의, 진짜 '제2국무회의' 돼야 미래 열린다(끝)
◇ '명실상부한 중앙-지방 협력체' 향후 과제는… "위상 확고히 해야"
협력회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안건 심의다.

회의가 다룰 의제의 범위는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 등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쟁점 현안을 올릴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과 지방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수도권 규제 완화, 재정자립도에 따른 지자체 간 재원 배분, 도농 발전 정책 등 지방 간에도 이해득실이 다른 게 현실이다.

또한 대통령선거, 지자체장 선거와 맞물린 정파적 이해관계도 달라 '지방의제'의 초점과 방향성이 언제든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하혜영 입법조사관은 "'국가와 지자체는 회의 결과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한다'는 법 조항대로 협력회의에서 의결한 심의안건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정치적 구속력'만 있다"면서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심의할 안건이 무엇인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력회의가 시·도지사협의회,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정책협의회, 지방재정부담심의위, 자치분권위, 국가균형발전위 등 기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 채널에서 활발하게 다루지 않았던 '거시적 안건'을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광역시의회 관계자는 "입법권, 조직권, 재정권 등 행안부와 기재부가 가진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지 않고서는 협력회의가 단순한 민원창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협력회의가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논의해야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발전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영훈 광주광역시 기획조정실장은 "협력회의는 30년 가까운 지방자치 역사에도 여전히 부족한 자치조직권, 지방사업 추진에 지나치게 많은 중앙정부의 사전절차 등 문제를 해소하는 창구가 돼야 한다"며 "공공기관 지방이전, 후속적인 대기업 본사의 지방이전 유도 등 국가 균형발전에 필요한 큰 사업들도 논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력회의의 성공 여부는 강력한 대통령제하에서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의지에 달렸다는 시각도 있다.

[자치분권 2.0] ⑤ 중앙지방협력회의, 진짜 '제2국무회의' 돼야 미래 열린다(끝)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가균형발전위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그 위상과 역할이 달랐다는 점은 지방분권과 발전 방향을 가늠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혜수 교수는 "역대 대통령마다 지방에 대한 온도 차이가 컸던 게 사실이다"라며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두도록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고, 그 토대 위에 협력회의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