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2.0] ② 주민발안제 문턱 낮아졌지만… 참정권 확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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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조례청구 요건 완화… 최소 동의인원 줄이고 청구연령 18세로 확대
4개 금지사항 유지는 아쉽고 특정집단 이익대변 악용 우려된다는 견해도 개정 지방자치법은 주민이 조례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 제도의 운용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주민 참정권을 높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길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개정법은 다만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자체별로 법 시행의 근거가 되는 주민조례발안 조례를 각기 갖춰야 새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근거 조례를 구비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은 증진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해 또 다른 지역 간 지방자치 불균등을 겪게 되는 만큼, 법 시행 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지역 정치인들의 조속한 조례 정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하겠다.
◇ 연령 하향 등 조례 청구 문턱 대폭 낮춰
주민이 조례를 청구할 수 있는 조례발안 제도는 1999년 지방자치법 개정 때 관련 규정이 생겨 일찌감치 도입됐지만, 청구 요건이 엄격하고 절차가 복잡해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법은 조례를 청구할 수 있는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 주요 특징이다.
조례 청구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 주민으로 확대했고, 최소 동의 인원을 줄였다.
기존에는 조례 청구 동의 인원을 정할 때 인구 50만 명을 기준으로 2개 집단으로 분류했다면, 개정법에는 인구 규모에 따라 6단계로 세분화했다.
같은 광역단체라도 인구 800만 명을 기준으로 차등을 뒀고, 기초단체 역시 인구가 적을수록 필요한 동의 인원이 줄어들도록 설계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최소 동의 인원을 기존에 총 청구권자의 1/100로 규정했다가 이번에 1/350로 완화했다.
그 결과 조례 청구 동의 인원이 11만여 명에서 3만여 명으로 많이 감소하게 됐다.
경기도는 도내 기초단체 중 인구가 가장 적은 연천군(4만2천여 명)에서도 경기도에 조례를 청구하는 상황을 고려해 최소 동의 인원 규모를 설정했다.
대전에서도 주민들이 조례를 청구하려면 1만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8천여 명의 찬성을 얻으면 된다.
전북은 1만5천여 명에서 1만여 명으로, 충남 홍성군은 2천여 명에서 1천600여 명으로 조례 청구 동의 인원 기준이 완화됐다.
조례를 청구할 때 행정기관(시·도·구·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광역·기초의회에 제출하도록 절차도 간소화했다.
조례 청구가 들어오면 지방의회는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조례안을 심의해 의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방의원들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조례안이 자동 폐기되지 않고 차기 의회에서 계속 심사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 관련 제도 마련 늦어져…공공시설 님비현상 등 우려
조례 청구 문턱을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하지만, 관련 제도 마련이 늦어지면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7일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 조례발안 조례가 등록된 지자체는 전국 243곳 중 181곳에 불과했다.
전국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법 개정에 포함된 인사권 독립에 맞춰 서둘러 조직을 키우고 직원을 채용하는 데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조례 심의 기간, 회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일부 지자체에선 13일 지방자치법 시행일에 맞춰 주민 조례 청구제도가 실제 활용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 공포가 늦어진 충남 기초단체 6곳은 늦어도 3월쯤에는 조례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지치법에 주민들이 조례를 청구할 수 없는 금지사항 4가지가 그대로 유지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법령위반 사항, 지방세·수수료 부과·징수 또는 감면 관련, 행정기구 설치·변경 등은 차치하더라도 공공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조례를 청구할 수 없도록 남겨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공공시설 반대 조항을 금지사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적지 않았다.
특정 공공시설에 대한 '님비현상' 등으로 정부 또는 지자체의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 청구제도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거대 노동조합을 등에 업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조례 청구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하혜영 입법조사관은 "우려가 될 수 있지만, 그 역시 공론의 자리를 마련해 예상되는 문제를 알리고 풀어가야 한다"며 "지방의회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반영되지 않도록 공청회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시민들은 조례안이 밀실 처리되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항상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례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명 수집이나 결과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정보 시스템 구축이 지연되고, 홍보가 미흡한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제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지방의회가 관련 제도와 자치법규 정비를 마치면 많은 시민이 참여해 제대로 된 자치분권을 구현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4개 금지사항 유지는 아쉽고 특정집단 이익대변 악용 우려된다는 견해도 개정 지방자치법은 주민이 조례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 제도의 운용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주민 참정권을 높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길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개정법은 다만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자체별로 법 시행의 근거가 되는 주민조례발안 조례를 각기 갖춰야 새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근거 조례를 구비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은 증진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해 또 다른 지역 간 지방자치 불균등을 겪게 되는 만큼, 법 시행 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지역 정치인들의 조속한 조례 정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하겠다.
◇ 연령 하향 등 조례 청구 문턱 대폭 낮춰
주민이 조례를 청구할 수 있는 조례발안 제도는 1999년 지방자치법 개정 때 관련 규정이 생겨 일찌감치 도입됐지만, 청구 요건이 엄격하고 절차가 복잡해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법은 조례를 청구할 수 있는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 주요 특징이다.
조례 청구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 주민으로 확대했고, 최소 동의 인원을 줄였다.
기존에는 조례 청구 동의 인원을 정할 때 인구 50만 명을 기준으로 2개 집단으로 분류했다면, 개정법에는 인구 규모에 따라 6단계로 세분화했다.
같은 광역단체라도 인구 800만 명을 기준으로 차등을 뒀고, 기초단체 역시 인구가 적을수록 필요한 동의 인원이 줄어들도록 설계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최소 동의 인원을 기존에 총 청구권자의 1/100로 규정했다가 이번에 1/350로 완화했다.
그 결과 조례 청구 동의 인원이 11만여 명에서 3만여 명으로 많이 감소하게 됐다.
경기도는 도내 기초단체 중 인구가 가장 적은 연천군(4만2천여 명)에서도 경기도에 조례를 청구하는 상황을 고려해 최소 동의 인원 규모를 설정했다.
대전에서도 주민들이 조례를 청구하려면 1만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8천여 명의 찬성을 얻으면 된다.
전북은 1만5천여 명에서 1만여 명으로, 충남 홍성군은 2천여 명에서 1천600여 명으로 조례 청구 동의 인원 기준이 완화됐다.
조례를 청구할 때 행정기관(시·도·구·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광역·기초의회에 제출하도록 절차도 간소화했다.
조례 청구가 들어오면 지방의회는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조례안을 심의해 의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방의원들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조례안이 자동 폐기되지 않고 차기 의회에서 계속 심사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 관련 제도 마련 늦어져…공공시설 님비현상 등 우려
조례 청구 문턱을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하지만, 관련 제도 마련이 늦어지면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7일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 조례발안 조례가 등록된 지자체는 전국 243곳 중 181곳에 불과했다.
전국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법 개정에 포함된 인사권 독립에 맞춰 서둘러 조직을 키우고 직원을 채용하는 데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조례 심의 기간, 회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일부 지자체에선 13일 지방자치법 시행일에 맞춰 주민 조례 청구제도가 실제 활용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 공포가 늦어진 충남 기초단체 6곳은 늦어도 3월쯤에는 조례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지치법에 주민들이 조례를 청구할 수 없는 금지사항 4가지가 그대로 유지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법령위반 사항, 지방세·수수료 부과·징수 또는 감면 관련, 행정기구 설치·변경 등은 차치하더라도 공공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조례를 청구할 수 없도록 남겨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공공시설 반대 조항을 금지사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적지 않았다.
특정 공공시설에 대한 '님비현상' 등으로 정부 또는 지자체의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 청구제도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거대 노동조합을 등에 업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조례 청구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하혜영 입법조사관은 "우려가 될 수 있지만, 그 역시 공론의 자리를 마련해 예상되는 문제를 알리고 풀어가야 한다"며 "지방의회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반영되지 않도록 공청회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시민들은 조례안이 밀실 처리되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항상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례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명 수집이나 결과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정보 시스템 구축이 지연되고, 홍보가 미흡한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제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지방의회가 관련 제도와 자치법규 정비를 마치면 많은 시민이 참여해 제대로 된 자치분권을 구현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