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신라젠 본사. /사진=한경 DB
여의도 신라젠 본사. /사진=한경 DB
1년 8개월간 멈춰섰던 신라젠 주권 매매 거래의 재개 여부가 오는 18일 결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회사의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선한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결정이 17만명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운명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라젠이 최대주주 교체와 자금 확충을 끝으로 문제가 됐던 기존 경영진 흔적을 지운 만큼 거래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는 거래재개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만약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간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달 거래소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대한 개선계획이행내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오는 18일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다시 개최한다.

2020년 5월 전직 임원 두 명이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문은상 전 대표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무자본으로 신라젠 지분을 인수하면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되면서 매매거래 정지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2020년 두 차례의 기심위에서 신라젠은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기심위는 거래소, 기심위, 코스닥위원회로 이어지는 3심 중 2심 격이다.

이번 기심위에 따른 결과는 △거래재개 △상장폐지 △추가 개선기간 부여 등 3개 중 하나다. 만약 거래소가 신라젠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게 되면 다시 20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확정한다.

지난 1년여동안 신라젠은 코스닥 시장에 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7월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 맞은 뒤 두 차례 유상증자로 총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최근 마지막 과제로 꼽히던 수익 사업도 본업인 연구·개발(R&D) 외에 별도로 구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 주주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신라젠의 거래 재개가 불발될 경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가 의심받고 있는 무자본 지분 인수로 부당이득을 챙긴 건 신라젠의 상장 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회사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켜준 거래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신라젠 소액주주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주들은 상장 전 발생한 일을 알 수가 없다"며 "한국거래소는 이 부분에 있어 잘못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자금 돌리기' 혐의를 받게 된 행위 자체를 거래소가 알 수 없었다고 이해한다고 해도, 신라젠에 대한 상장 심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또 다른 소액주주단체 관계자는 "(신라젠이) 거래소가 내준 과제를 이행한 만큼 거래재개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7만4186명이고 주식수는 6625만3111주(지분율 92.60%)에 달한다. 현재 거래가 중단된 주가 1만2100원 기준 소액주주가 들고 있는 주식가치는 8016억원에 이른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