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돕는 면역세포 활동 차단…항체 신약물질 연내 전임상 돌입"
T세포, 자연살해(NK)세포는 암세포를 무찌르는 ‘어벤저스 군단’으로 불린다. 저격수처럼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서다. 이들보다 먼저 암세포를 알아차리는 ‘최전방’(선천면역)에는 대식세포가 있다. 대식세포는 ‘후방’(후천면역)에 있는 T세포, NK세포에 적의 출현을 알리고 직접 공격도 하지만 종종 적에게 포섭돼 적의 침입을 돕기도 한다. 이중간첩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식세포를 활용한 항암제 개발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성근 셀러스 대표(사진)는 11일 “암세포를 제거할 도구로 T세포와 NK세포가 각광받고 있지만 우리는 대식세포에 주목한다”고 했다. 셀러스는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에서 박사 학위를 딴 김 대표와 조선욱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2020년 8월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대사항암제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며 인연을 맺었다.

셀러스는 ‘변심한 아군’인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를 타깃으로 한다. 정상 대식세포라면 암세포를 공격해야 하는데 오히려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돕도록 변형된 세포다. 김 대표는 “종양 관련 대식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암세포 수용체에 달라붙지 못하게 막는 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적에 포획된 아군이 적진에 정보를 건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셀러스는 이 물질로 올해 말 전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적응증(치료 질환)은 우선 유방암으로 잡았다. 유방암은 대식세포의 관여도가 높은 대표적 암이다. 김 대표는 “유방암은 종양 관련 대식세포가 많이 관여하는 암 중 하나”라며 “뼈 전이 과정에도 대식세포가 관여하기 때문에 우리 물질이 유망하다”고 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가운데 65~75%는 뼈 전이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러스는 전립선암, 폐암, 갑상샘암 등으로 적응증을 차츰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 모두 종양 관련 대식세포와 밀접하게 연관된 암종이다.

셀러스는 출범 당시 기업가치를 57억원으로 평가받았는데 작년 7월 초기 투자 유치 때는 다섯 배 뛴 274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1분기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김 대표는 “향후 임상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호주 등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단독 투여뿐 아니라 다른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