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지금 대출로도 죽겠는데"…최고금리 한 번 더 내린다는 與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민주당, 이자제한법 개정안 발의
    법정 최고금리 '연 10%대' 인하 주장
    李 금융정책 지원 조치로 풀이

    금융시장 부작용 우려
    '연 50%' 불법 사금융 이용 확대 전망
    취약계층 접근성 저하·금융 시스템 붕괴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한경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한경DB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된 지 반년 만에 추가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최고금리 인하가 추진됐다면, 이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여당은 현재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대 중반으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취지는 좋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목적이다.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낮아지는 이자에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길을 좁히면 갈 곳 잃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최고금리를 낮출 때마다 발생하는 고질적인 현상 중 하나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0%에서 연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최고이자율의 2배 초과해 이자를 받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법정형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13%까지 인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당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관련 법안 발의는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 지원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대통령 당선 시 1호 업무로 현행 연 20%인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업무원가와 조달원가 등 비용혁신을 통해 최고금리를 연 11.3~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해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이 후보가 밝힌 정책의 취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오히려 서민과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게 될 수 있어서다. 제도권 금융사들이 대출 공급량을 줄이고 심사를 강화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탓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인 선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대부업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기준 대부업 이용자 수는 123만 명으로 전년 말보다 15만9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 대출 잔액도 14조541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22억 원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15년 말 267만9000명을 기록한 후 6년 새 약 145만 명이 줄었다.
    "지금 대출로도 죽겠는데"…최고금리 한 번 더 내린다는 與
    2011년 39.0%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가 이자제한법 개정을 통해 2014년 연 34.9%, 2016년 연 27.9%, 2018년 연 24.0%로 낮아진 결과다.

    정치권에선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정책금융 확대를 통해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해선 증명된 바가 없다. 앞서 최고금리 인하 조치가 시행됐던 2018년 안전망 대출과 햇살론17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병행됐으나 불법 사금융 이용 확대 현상을 막지 못했다. 당시 24%를 초과하는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 중 약 81.4%인 113만9000명이 민간 금융권 대출과 정책서민대출을 이용해 이자 경감 효과를 얻었으나, 나머지 약 26만1000명은 대출 만기 이후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이 중 4만~5만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인하한 조치에 대한 실태 조사가 반영될 경우 대출 난민과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간 취약계층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최고금리 인하 조치로 기존 신용대출 이용자 약 31만명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중 약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전망치로, 시장에서는 최고금리 20% 인하 시 약 57만명의 수요자가 대출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취약계층이 겪게 될 현실은 참혹하다. 지난해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사금융 업체가 차주들로부터 받는 평균 이자율은 연 50%에 육박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등록 불법 사금융 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연 46.4%로 조사됐다. 이는 법으로 규정된 금리 상한선 연 20%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 대선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서민과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유입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금융시장의 기본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10%대 중반으로 낮아지게 되면 대부업과 저축은행이 사라지고 일부 은행과 카드사만 남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1~2등급 고신용자에만 제도권 내 금융 거래가 허용되는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라며 "단순히 정책자금 투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에서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정책을 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저신용자들의 자금 수요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위험프리미엄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금리의 범위를 설정하게 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라며 "금융시장 메커니즘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시행하는 정책이 실제론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단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당내에서도 금융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법정 최고이자율 20%를 법으로 더 낮추면 제2금융권이 다 망한다. 이는 오히려 서민금융이 더 엎어지는 역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법으로 강제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법으로 막으려고 하면 (서민과 취약계층은 이자율이) 20%, 50%를 넘는 불법사채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與 "변호사비 대납 제보자 아닌 조작 당사자…이재명과 관계 없다" [전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이병철 씨가 사망하자, 민주당은 "고인은 지난해 이재명 후보에 대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고발조치되었다"며 "이재명 후...

    2. 2

      이재명 "타투 시술 합법화…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2일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타투(문신)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45번째 '소확행&...

    3. 3

      김동연 "여권서 서울시장 출마 제의? 고려하고 있지 않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는 12일 여권에서 연대 차원에서 흘러나오는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제의와 관련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김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