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심 여사, 망월묘역 이 열사 묘 내려다보이는 건너편에 안장
"한열아 이제 엄마가 너 불러주지 못해."
11일 이한열 열사의 영정 사진 옆에 모친 배은심 여사의 영정 사진이 나란히 놓이자 유가족들은 애통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지난 9일 별세한 배 여사의 유해는 삼일장을 마치고 영면에 들어가기 전 이 열사가 묻힌 광주 북구 망월묘역(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찾았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35년이라는 통한의 세월을 보낸 뒤에서야 고인은 아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갔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아들의 뒤를 이어 민주·인권 투사로 지내온 시간이었다.

피 맺힌 절규로 한열이를 불렀던 어머니를 기억하는 유가족들은 두 사람의 영정사진 앞에서 통곡했다.

소복처럼 하얀 눈이 들썩이는 유족의 어깨에 내려앉아 눈물로 흘러내렸다.

"한열아 이제 올려다보면 엄마가 있을거야."
고인의 유해는 이 열사의 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건너편 묘역에 안장됐다.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의 남편 곁인 광주 망월묘지공원 8묘역이다.

장지에 도착한 유족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슬픔을 나눴지만 관이 땅에 묻히는 순간에는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관 위로 흙을 뿌리려고 삽자루를 받아든 딸은 "엄마에게 내가 어떻게 (흙을 뿌리냐)"고 주저하다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며 한 줌 흙을 고이 떨어뜨렸다.

장지로 향하는 길에 들른 지산동 자택에서도 유족은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없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이 마지막 길을 떠난 이 날은 공교롭게도 고인의 음력 생일이었다.

발인을 하기 전 장례식장에 놓인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는 하얀 생일 케이크가 올려졌다.

사랑한다는 문구가 쓰인 케이크 장식이 가족들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영결식이 열린 5·18 민주광장에서는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 자리에서 "어머니의 걸음 걸음이 민주의 길이 되었고 시대의 이정표가 됐다"며 "이 땅의 수많은 민주시민은 어머니의 강인한 눈빛과 따뜻했던 품을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