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선택하고 나서 알게된 빚…이후 '한정승인' 인정받을 수 있을까
A씨는 2014년 11월경 범죄행위로 인해 사망했다. 사망 당시 A씨에게 자식이나 배우자가 없어 형제자매(피고)가 재산을 상속했다. 이들은 2015년 7월경 가해자들로부터 형사사건 합의금 명목으로 3억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망인은 생전에 B씨(원고)에게 대여금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에 원고는 2015년 6월경 망인의 상속인인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2015년 9월경 피고들이 소장을 송달받았다. 피고들은 2015. 9. 25. 법원에 한정승인신고를 해 신고가 수리되었고, 이 사건 대여금소송에서 자신들이 한정승인을 했다는 항변을 했다.

원심 법원은 “피고들이 위 합의금을 수령한 것은 상속채권을 변제받은 것으로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고, 그 이후에 이루어진 한정승인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들의 한정승인에 관한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하거나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된 후에 한정승인신고를 하고 가정법원이 특별한정승인(민법 제1019조 제3항)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에서 수리심판을 하였다면 상속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채권에 관한 청구를 심리하는 법원은 위 한정승인이 민법 제1019조 제3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특별한정승인으로서 유효한지 여부를 심리ㆍ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빚 있다는 사실 몰랐다면 '특별한정승인' 가능

피상속인의 상속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많은 경우 상속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하는 것이다. 포기는 일체의 상속을 받지 않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상속을 받기는 하되, 상속채무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포기나 한정승인이나 모두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신고를 해야 한다(제1019조 제1항).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어 피상속인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게 된다(제1026조 제2호). 이 외에도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하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제1026조 제1호).

만약 상속채무가 없거나 적은 줄 알고 단순승인(또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행위)을 했는데, 나중에 과다한 상속채무가 발견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특별한정승인이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날로부터 3월 내에 ‘특별히’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이다(제1019조 제3항).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은 상속채무가 있는 줄 모르고 합의금을 받음으로써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그 후에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것을 알았으므로, 그 때로부터 3개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도 그 기간 내에 특별한정승인신고를 하였고, 가정법원은 이를 수리하였다.

가정법원이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은 일은 외관상 한정승인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일 뿐, 그 효력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한정승인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실체법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결정될 문제다.

따라서 이 사건 대여금소송을 담당한 민사법원에서는 피고들의 특별한정승인이 적법, 유효한지에 대해 심리, 판단을 했어야 한다. 대법원의 판단이 옳다.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