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시간이 왔다. 화이자와 MSD가 잇달아 미 식품의약국(FDA) 시판 승인을 받으면서다. 지난해 말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받은 화이자는 올해 먹는 치료제 시장에서도 선두에 섰다. 앞서 출시된 코로나19 치료제는 모두 주사제다. 치료를 위해선 환자가 병원 등을 찾아야 해 활용하는 데 한계가 컸다. 먹는 치료제는 감염 초기 병원을 찾지 않아도 집에서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다. 팬데믹 극복을 위한 새 장이 열렸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FDA,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승인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임상 3상 효과는 88%다.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교 대조군 시험에서 입원이나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춰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사람 중 사망자는 없었지만 가짜약을 복용한 사람 중엔 12명이 숨졌다.

FDA는 이 치료제를 경증·중등도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긴급사용승인했다. 체중이 40kg을 넘는 만 12세 이상에게 투여할 수 있다. 파트리지아 카바조니 FDA 약물센터장은 “신종 변이가 등장한 팬데믹 국면에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새 도구를 얻게 됐다”며 “코로나19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환자에게 더 쉽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JP모간은 이 치료제가 올해 18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니르마트렐비르 성분과 이 성분의 분해속도를 늦춰 몸 속에 오랜 시간 남아 있도록 돕는 리토나비르로 구성됐다. 리토나비르는 인간면역결핍치료제(HIV) 성분으로도 잘 알려졌다.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으로 구성된 1회분을 5일 동안 매일 두 번 복용하면 된다.

리토나비르를 복용하면 특정한 약물의 성분이 몸속에서 오래 지속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는 알푸조신, 협심증약 라놀라진, 부정맥 치료제 아미오다론, 통풍약 콜히친 등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폐동맥고혈압 치료를 위해 실데나필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도 병용할 수 없다. HIV 환자도 치료제 내성이 생길 수 있어 복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FDA는 MSD의 몰누피라비르도 긴급사용승인했다.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함께 개발한 치료제다. 경증·중등도 코로나19 환자가 복용할 수 있는 이 치료제는 뼈나 연골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만 18세 미만 청소년은 쓸 수 없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에 오류를 넣어 복제를 막는 방식의 치료제다. 200mg의 알약 4개를 5일간 12시간마다 복용하면 된다.

임상 3상 시험에서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 709명 중 6.8%가 입원 치료를 받거나 사망했다. 사망자는 1명이다. 가짜약을 복용한 환자 699명 중 입원하거나 사망한 사람은 9.7%였다. 가짜약 복용환자 중 사망자는 9명이다. 예방 효과는 30%다.

FDA는 몰누피라비르의 동물실험 결과 등을 토대로 임신부 복용은 권고하지 않았다.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가임 여성이라면 투여하는 동안은 물론 투여를 마친 뒤 4일 간 피임해야 한다. 가임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도 복용 후 최소 3개월간 피임해야 한다. 사용 한계가 크기 때문에 예상 매출은 팍스로비드보다 적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몰누피라비르가 70억 달러어치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온 데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항체치료제 개발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정부는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에서 개발한 단일클론 항체치료제의 유통을 중단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들 치료제를 이용해 치료받은 환자는 270만 명이다.

GSK와 비어가 함께 개발한 항체치료제는 오미크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초기 배포량이 5만5000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체치료제인 이부실드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가 확인됐지만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예방 용도로만 승인받았다.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크다.
[글로벌 핫뉴스] 먹는 코로나 치료제의 시간이 왔다

‘약가 낮춰 시장 확대’ EQRx, 상장

의약품 약가를 낮춰 시장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진 EQRx가 스팩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 기업가치는 32억 달러다. 멜라니 낼리체리 EQRx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등 규제기관이 약값을 깎기 전 가격 거품을 줄이면 혁신할 공간이 마련된다”고 했다. 기존에 출시된 것보다 저렴한 가격의 약을 통해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EQRx는 PD-L1, EGFR 등을 타깃으로 하는 생물학적제제 등을 기존에 출시된 치료제보다 40~50% 저렴한 가격에 내놔 약값 체계를 바꾸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선 기존 약보다 효과가 좋거나 적응증 등이 개선된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광범위하게 구축해야 한다. 약값을 지급하는 보험사 등과의 협상에서도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것은 대형 제약사들의 반대 전략이다. 이들이 자금력을 동원해 EQRx보다 효과 좋은 약물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가격을 잠깐 내렸다가 다시 올릴 수도 있다. EQRx 모델에 대해 많은 사람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다만 EQRx도 분명한 전략 모델은 갖고 있다. 시장에서 이미 성공한 타깃과 성분만 다루는 게 이들의 원칙이다. 새로운 타깃을 찾거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기 모델을 도입해 효과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사업 불확실성이 크지만 소프트뱅크, 캐스딘캐피털, GV, ARCH 등이 이들의 사업 모델에 투자했다.

EQRx의 파이프라인은 10개다. 내년 말까지 2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첫 상용화 제품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항 PD-L1 항체치료제 수게말리맙이다. 내년 하반기 FDA에 승인 신청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바이오 기업 시스톤파마슈티컬스로부터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당시 4건의 임상 3상 연구를 진행하던 물질이다. EQRx는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1차 3상 시험이 끝난 뒤 이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지난해 9월 ESMO를 통해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으면 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모두 중국에서 이뤄진 치료제를 허가하는 첫 사례가 된다. EQRx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임핀지를 시장에 출시할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GFR 억제제인 아몰레티닙도 올해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들 두 치료제를 2023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인수합병 잇따른 진단업계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판매하고 있는 미국 진단업체 퀴델이 오소클리니컬다이애그노틱스를 60억 달러에 인수한다. 주가에 24.7% 프리미엄을 얹고 순부채 20억 달러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오소는 코로나19 항원 항체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항원 진단키트와 PCR 진단키트 등을 보유한 퀴델은 코로나19 제품군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퀴델은 지난해 매출 기준 체외진단 시장 세계 12위 업체다. 오소는 11위다. 퀴델이 오소를 인수하면 단숨에 세계 7위로 도약한다.

미국에선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 정부가 오미크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검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역 방침을 바꾸면서다. 월그린스, CVS, 월마트 등 미국의 약국서비스 업체들을 통해 집에서 간편하게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오소는 그리스에 두 개의 제조공장을, 미국 로체스터 지역에 3개의 설비를 갖고 있다. 직원은 1200명이다. 퀴델은 오소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코로나19 PCR 플랫폼을 세계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퀴델은 최근 두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19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검사키트를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오소는 병원과 진료소 등에서 사용하는 체외진단 장비와 진단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800억 달러에 이르는 알짜 시장이다.

이번 M&A는 2022년 상반기에 마무리된다. 합병 후 회사 대표는 퀴델 대표인 더글라스 브라이언트가 맡게 된다. 그는 “퀴델의 현장진단 능력과 오소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결합하면 혁신적 제품군을 확대하고 기술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A 절차가 마무리된 뒤 3년이 지나면 9000만 달러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퀴델 측은 내다봤다.

퀴델은 1999년 미국 FDA로부터 인플루엔자 현장진단검사 제품 허가를 받으면서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신속 항원 키트를 처음 출시한 기업이다. 감염병, 자가면역질환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오소는 세계 최대 체외진단 기업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80만 명 넘는 환자가 매일 오소의 제품으로 검사받고 있다. RH+, RH- 혈액형을 판별하는 제품을 처음으로 개발한 오소는 세계 130여 개국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액체생검 기업인 래보러토리쿠퍼레이션오브아메리카는 암 분야 검사 선두 기업인 퍼스널지놈다이애그노스틱스를 인수했다. 계약금은 4억5000만 달러, 최대 마일스톤은 1억2500만 달러로 5억7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다. 래보러토리쿠퍼레이션은 기존 액체생검 기술을 보완하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기반으로 한 암 진단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존스홉킨스대에서 스핀오프한 퍼스널지놈은 500개 넘는 유전자 패널을 이용해 고형암을 진단하는 종합 종양 진단 제품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올해 수익은 2200만 달러, 내년엔 4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래보러토리쿠퍼레이션은 고형암 NGS 분석 제품인 옴니섹인사이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NGS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래보러토리쿠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140억 달러다. 7만명 넘는 직원이 10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클리시란 지각 승인받은 노바티스

노바티스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작은간섭리보핵산(siRNA)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의 시판 허가를 지난해 말 받았다. FDA로부터 해당 기전과 적응증 치료제가 허가받은 것은 처음이다.

당초 2020년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FDA가 제조시설 검사 절차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노바티스는 미국에 공급하는 제품 생산시설을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로 바꾼 뒤 재심사를 요청했고 FDA는 최종 허가했다. 노바티스는 2019년 메디슨컴퍼니를 9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파이프라인을 품에 안았다. 노바티스의 M&A는 1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나 이형 가족성 콜레스테롤 과다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이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다. ASCVD 환자는 스타틴이나 특정 효소(PCSK9) 억제제를 복용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제어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만 1600만 명의 환자가 적절한 수준까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실패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한 심장 전문가는 미국에 ASCVD 환자가 30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리제네론의 프랄루언트와 암젠의 레파타가 출시되면서 PCSK9를 차단하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치료제는 모두 관련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렉비오는 간에서 이 효소 생산을 중단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오랜 기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프랄루언트와 레파타는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여하는 주사제다. 이에 비해 렉비오는 1년에 두 번 병원을 찾아 맞아야 한다. 노바티스는 의료 전문가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보다 시판 후 데이터를 쌓는 데 유리해 보험 진입이 더 쉬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치료제의 1회 투여 비용은 3250달러다. 노바티스에서 추산한 최대 매출은 20억 달러다.

노바티스는 자이로스코프테라퓨틱스를 최대 15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도 맺었다. 계약금은 8억 달러다. 자이로스코프는 건성 황반변성이 진행돼 생기는 질환으로 알려진 망막지도형위축(G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AAV2) 벡터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다. 만 55세 이상 중장년층이 시력을 잃는 주요한 원인 질환 중 하나다. 환자는 800만 명 정도지만 아직 승인된 치료법이 없다.

자이로스코프의 파이프라인인 GT005는 보체 조절 단백질인 CFI 생성을 늘려 증상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보체는 면역반응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단백질 집합을 말한다. 보체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염증이 생기면서 건강한 눈 조직을 망가뜨리고 이 때문에 GA가 생긴다는 점에 착안했다. 임상 2상 단계다.

노바티스는 2020년 베데르바이오를 인수하면서 유전성 망막 이영양증과 GA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2021년 9월엔 악토스메디컬을 인수하면서 시력상실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CAR-T치료제 분야에선 제조 기술 개발에 애쓰고 있다. 새 CAR-T 플랫폼인 T-차지를 출시했다. 면역세포 제조까지 걸리는 기간을 이틀 미만으로 단축해 환자 투여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