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한 호주 정부 "직권으로 비자 취소 검토"…다시 추방 위기 맞을 수도
'백신 거부' 조코비치, 법원서 승소…호주오픈 출전은 불투명(종합2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호주 입국 비자가 취소됐던 남자 테니스 단식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비자 취소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으로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그의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호주 연방 순회·가정법원 앤서니 켈리 판사는 10일 화상 심리를 벌인 뒤 입국 비자를 취소한 호주 정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조코비치 측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이날 조코비치의 손을 들어주며 여권을 비롯한 소지품을 조코비치에게 돌려주고, 소송 비용의 호주 정부 부담과 조코비치의 격리 조치 해제 등을 결정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17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출전 가능성이 커졌지만 패소한 호주 정부가 "(이번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이민부 장관이 직권으로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코비치의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호주 정부가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하면 그는 사실상 호주에서 추방될 수 있고, 이러면 조코비치는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 3년간 호주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백신 거부' 조코비치, 법원서 승소…호주오픈 출전은 불투명(종합2보)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5일 호주 멜버른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호주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받지 못해 이날까지 호주 멜버른 시내 파크 호텔에 사실상 갇혀 지냈다.

특히 조코비치가 수용된 호텔이 난민 수용 시설로 사용되고 있고, 호텔의 방 안 창문이 나사로 고정돼 바깥 공기를 마실 수도 없는 열악한 상황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팬들의 분노를 샀다.

올해 호주오픈에 출전하는 선수와 관계자 등은 모두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조코비치는 백신 접종 대신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고 호주로 향했다.

그는 호주오픈이 열리는 빅토리아 주 정부와 호주 테니스협회로부터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호주 연방정부가 "조코비치가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맞서며 일이 복잡해졌다.

비자 발급이 거부된 이후 법적 대응에 나선 조코비치 측 변호사들은 조코비치가 지난달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됐기에 백신을 접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호주 정부는 자국 방역수칙 상 외국인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백신 접종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위중한 상태인 경우여야 백신 접종이 면제된다는 점도 부각했다.

앞서 켈리 판사는 심리에서 "조코비치가 의료진 등으로부터 (백신 미접종 사유인) '의료적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조코비치가 달리 뭘 더 할 수 있었겠나"라고 언급했다.

결국 조코비치가 빅토리아 주 정부와 호주테니스협회로부터 백신 접종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았고, 그런 통보를 받고 호주로 향한 조코비치의 과실은 없다는 점에서 이날 판결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 거부' 조코비치, 법원서 승소…호주오픈 출전은 불투명(종합2보)
다만 호주 정부가 이날 판결에도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이 상황이 종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2년간 해외 입국자에게 강력한 방역 정책을 적용해온 호주 정부로서도 조코비치의 입국을 그대로 허용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된 이 날 심리는 조코비치의 변호인과 정부 측이 각각 2시간씩 변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 백신 반대론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으로 한때 시스템 접속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20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 가운데 9번을 호주오픈에서 달성했고, 최근 3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