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3시 30분께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40년 넘은 한복점을 대를 이어 운영 중인 이모(40대) 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보통 설 명절 한 달 전에 아기 한복 주문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며 "지금이 제일 바빠야 할 시기인데 주문량이 평소 절반도 안된다"라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2번째 설 명절을 앞둔 가운데 서문시장 한복점들이 모여 있는 일대는 조용했다.
명절을 앞두고 엄마 손을 잡거나 품에 안겨 한복을 구경하던 모습도 옛 풍경이 됐다.
이날 평일 오후임을 감안하더라도 수십 개가 넘는 한복점 중 손님이 있는 곳이 손에 꼽혔다.
손주 한복을 사러 온 60대 A 씨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장사가 정말 안 돼 보인다"라며 "예전을 생각해보면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아기 한복을 직접 보고 맞추려는 부부들도 간혹 있었다.
30대 부부는 "설에도 입고 딸이 4살이라 어린이집에 가야 해서 맞추러 왔다"며 "실제로 눈으로 보고, 고르고 싶어서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상인들은 주말에도 평일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시대 흐름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이후부터 급격하게 장사가 안 된다"라며 "인터넷으로도 판매하고 있지만 광고비가 또 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B 씨(60대)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골목골목에 엄마랑 한복 맞추러 온 아기들 울음소리도 나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복점 상인 C 씨는 "명절이라고 해서 찾아오는 손님은 이제 없다"라며 "정부에서 한복 입는 날이나 행사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30년 넘게 한복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70대) 씨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이대로 가면 한복집들이 다 없어질까 봐 겁이 난다"며 "그나마 있는 손님들도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대여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특수는 이제 없다고 봐야 하고 혼수철에 신혼부부들이 주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