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1명이 재판하는 민사 1심 범위 '소가 2억→5억원'으로 확대 추진
대법 "1심 단독판사 관할 확대하면 재판부 65개 증설 효과"
대법원이 현재 추진 중인 민사소송 1심 단독 재판부 관할 확대가 이뤄지면 재판부 60여개가 증설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장기 사건 처리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송오섭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10일 대법원에서 열린 '제1심 민사 단독 관할 확대' 공청회에서 "현실적으로 제1심 단독 관할 확대가 재판의 질과 신속성을 담보할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의 결론을 받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기 미제 사건의 비중은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전국 민사 1심 합의부(판사 3명)가 처리 중인 소송 가운데 '장기 미제' 기준인 2년 6개월을 넘어선 사건의 비율은 2010년 0.91%에서 지난해 상반기 5.68%로 6배 넘게 늘었다.

소송이 접수·처리되는 평균 시간도 2010년 228.8일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353.7일로 증가했다.

1심 단독(판사 1명)의 미제율 등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1심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는 늘어나는 소송 건수를 재판부 숫자가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판사 1명만으로 심판이 가능한 사건 범위를 넓히면 재판부 숫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니 사건 적체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민사소송 1심에서 단독 재판부가 처리하는 관할 범위를 소가 5억원까지로 늘리는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예정 시행일은 올해 3월 1일이다.

송 심의관은 "이런 사물관할(1심 사건의 경중을 따져 단독 판사와 합의부 간 재판권 분담을 정해 놓은 것) 변경을 올해 3월 시행하고, 합의부 축소와 단독 재판부 증설을 본격 실시하면 내년에는 합의부 미제 사건 처리 여력이 우선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합의부 사건은 지금보다 38.2% 줄어들고, 재판부가 65.4개 증설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소송 당사자가 제대로 재판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재판부 증설로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 오히려 충실한 심리가 가능해진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영국·미국 등에서는 1심 단독 재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에서도 1심을 원칙적으로 단독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심의관은 소가 2억원을 넘는 사건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담당하게 하고, 소송 당사자들이 합의부 회부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등 보완 수단이 마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확정 사건 판결문 공개 확대와 법관 평가 활성화도 충실한 재판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우진 고려대 교수는 단독 재판부 관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금액의 다과가 최우선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건의 난도나 신속 처리 필요성 정도에 따라 임대차, 대여금 청구, 구상금 청구 사건 등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유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