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상 감각 연구소'
명품매장이 서늘한 이유…괴짜 과학자의 '다중감각' 활용법
멕시코 음식 전문 레스토랑인 치폴레는 매장에서 트는 음악의 템포를 정교하게 조절한다.

점심·저녁 식사시간에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 회전율을 높이고 한가한 시간에는 느린 음악으로 손님이 더 오래 머물도록 한다.

느린 음악이 나올 때 사람들이 더 많이 먹고 마시며 돈을 쓴다는 연구결과를 적용해 매출을 높이고 손님이 적은 시간에는 매장이 너무 비어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도 내는 것이다.

의류매장에서는 가격대와 실내온도가 반비례 관계다.

명품 매장이 대중적인 브랜드보다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온도가 낮을 때 물건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험심리학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 소장인 찰스 스펜스의 책 '일상 감각 연구소'(원제 Sensehacking)는 인간의 감각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저자는 2008년 기발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과학자에게 주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당시 저자는 '씹을 때 듣기 좋은 소리가 나는 과자가 더 맛있다고 믿게 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다.

책에는 이처럼 흥미로운 실험이나 연구 결과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커피머신에서 나는 소음의 크기와 주파수에 따라 커피의 쓴맛을 다르게 인식한다.

가전업체들은 냉장고 문을 닫을 때 안정적인 소리와 느낌이 나도록 신경을 쓴다.

청각이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주도하는 사례다.

명품매장이 서늘한 이유…괴짜 과학자의 '다중감각' 활용법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은 각자 작동하는 게 아니라, 수백 만개의 다중감각 뉴런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결합한다.

다중감각이 작동하는 방식은 그때그때 다르다.

하나의 감각이 인식을 주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감각이 결합해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 마케팅 담당자가 매장 내 음악·색상·향기를 고심하는 이유다.

반대로 여러 감각의 부조화가 부정적인 심상을 초래할 때도 있다.

차멀미가 대표적이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감각들이 보내는 신호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하는 궁극적 이유는 감각들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책의 원제이기도 한 '센스해킹'을 저자는 "사회적·인지적·정서적 웰빙을 위해 감각의 힘과 감각 자극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센스해킹 사례들을 소개한다.

'식탁보를 깔면 음식 맛이 10% 더 좋아지고 50% 더 먹게 된다', '숙면을 돕는 이상적인 목욕물 온도는 40∼42.5도다', '테니스를 칠 때 프로선수들처럼 괴성을 지르는 것이 실제로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따위다.

저자는 "센스해킹은 덜 먹고, 더 오래 살고,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모두가 음악, 풍광, 향기, 색상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휴식과 수면을 개선하고, 필요하면 인식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크로스 펴냄. 우아영 옮김. 420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