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후 제3국 출국해 돌아오지 않아…"신변보호담당관 제도 개선 필요" 지적
경찰이 맡은 정착지원 업무, 인력 부족·성비 불균형으로 한계
탈북 1년여 만에 재월북한 탈북민 A씨 사건이 충격을 안긴 가운데, 남한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탈남'을 선택한 탈북민이 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탈북민 정착 지원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경찰의 탈북민 신변보호담당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9일 연합뉴스가 분석한 한국경찰학회보 '북한이탈주민 탈남 실태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 논문을 보면 2019년까지 제3국으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누적 771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2015년 664명이었던 제3국 출국 탈북민은 2016년 746명, 2017년 772명으로 증가하다가, 2018년 749명으로 감소한 뒤 다시 771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4년간 107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중 매년 약 26명이 한국 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해 새로 '탈남'을 선택한 셈이다.

논문 저자인 백남설 경찰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 차별과 편견, 가족에 대한 그리움, 자녀교육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7년 영국을 시작으로 '탈남'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에는 캐나다로 난민 신청한 북한이탈주민이 700명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경찰 신변보호담당관의 인력 부족 등 문제로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배진 고려대 대학원 북한학과 박사과정생 등이 경찰학연구에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신변보호담당관 제도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북한이탈주민은 총 3만3천658명에 이르지만 경찰 신변보호담당관은 930명에 그쳤다.

담당관 1명당 관리해야 하는 탈북민이 36명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탈북민의 72%(2만4천256명)가 여성이지만, 신변보호담당관의 81%(756명)가 남성이어서 성별에 따른 섬세한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자들은 "탈북민 중 지난 1년간 신변보호담당관에서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50%였다"면서 "이 중 31%가 취업·창업·직장생활 관련 도움을 요청하는 등 남한에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신변보호담당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 비율은 1998년까지 12%에 그쳤으나, 고난의 행군 이후인 2002년 여성 비율이 급격히 증가해 55%를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했다"며 "성별을 포함한 연령, 학력, 직업, 종교 등 탈북 여성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정착지원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탈북민들에게 필요한 정착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신변보호담당관 제도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배 박사과정생은 "신변보호담당관 2인 1조 근무 원칙을 도입하면 여성 담당관을 포함한 조가 전체의 37%에 달해 여경 인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신변보호지침 상 가·나·다급으로 이뤄진 보호 대상자 중 신변보호보다 정착지원에 방점이 찍힌 '다급' 대상자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약 230명의 거주지보호담당관이 통상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 등도 "북한이탈주민의 주거 알선,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등 지원을 담당하는 거주지보호담당관이 정착지원의 핵심"이라며 "거주지보호담당관 인원을 확대해 초기 정착과정부터 북한이탈주민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