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집 '웨이킹 월드'…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에 재킷 사진도 직접 찍어
나윤선 "모두 직접 만들어 1집 느낌…팬데믹 속 외려 꿈 찾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제 앨범을 통해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치유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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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11집 '웨이킹 월드'(Waking World) 발표를 앞둔 가수 나윤선은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악몽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음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몽'이라는 표현처럼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고통스러운 고립과 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무대·팬과 떨어져 있어야 했고 '제2의 고향'과도 같은 프랑스 파리를 찾아갈 수 없던 때도 있었다.

나윤선은 이 기간 오히려 음악 활동에 천착했다.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이래 28년 만에 처음으로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음반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이번 음반은 11집이 아니라 앞의 '1'을 빼고 1집 같은 느낌"이라며 "그동안 꿈이 없었는데, 이번 음반을 내면서 꿈이 생겼다.

내가 만든 곡으로만 채울 수 있는 앨범을 10개는 더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곡을 주로 부르다가 앨범으로 100% 저 자신을 다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앨범명 '웨이킹 월드'와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11곡이 담긴 11집에는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흔이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첫 번째 곡 '버드 온 더 그라운드'(Bird On The Ground)에서는 날 수 있는데도 날지 않는 새에 자신의 상황을 이입해 노래했고, '로스트 베이거스'(Lost Vegas)에서는 팬데믹 기간 인적이 끊겨 황량해진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통해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고찰했다.

그러다가도 '잇츠 오케이'(It's OK)를 통해서는 어떨 때는 아이처럼, 혹은 게으른 고양이처럼 만사가 흘러가도록 놔두자며 듣는 이를 위로했다.

"지난해 초 라스베이거스를 갈 일이 있었는데 길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휑했어요.

이대로 지구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죠."
나윤선은 "앨범은 보통 기승전결이 있고 클라이맥스가 들어가야 하지만, 이번에는 즐거운 음악보다는 암울함과 암담함이 더 많이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재즈는 직접 만나서 연주해야 하는 장르인데 이게 불가능한 상황이 되니 피치 못하게 혼자 작업을 하게 됐다"며 "나도 음악으로 치유를 받다 보니 내 음악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나윤선 "모두 직접 만들어 1집 느낌…팬데믹 속 외려 꿈 찾았죠"
나윤선은 특히 전곡을 작사·작곡한 것에 그치지 않고 편곡과 프로듀싱을 해낸 데 이어 음반 재킷 사진까지 직접 촬영했다.

정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11집 재킷 사진은 삼각대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그동안 낸 음반의 재킷 사진들은 주로 옆모습을 찍은 모습들이었는데, 이번에는 현실을 직시하는 차원에서 정면을 촬영하고 싶었다"며 "코로나19를 통해 우리(인간들)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해 왔는지 되돌아보고 각자가 책임감도 느끼자는 차원이다.

혼자가 됐을 때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는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윤선은 음반을 완성하고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먼저 들려줬다.

한국 합창 지휘계의 거두인 나영수 전 국립합창단장이다.

타이틀곡 '웨이킹 월드'는 마치 새벽녘에 홀로 명상에 잠긴 듯한 청명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꿈에서 깨어나 마주해야 할 팬데믹은 암울하다 보니 꿈에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를 누리자는 메시지다.

나윤선은 "깨어났을 때 만나는 '웨이킹 월드'는 악몽이지 않으냐"라며 "이 힘든 상황에서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니 스스로 집중하고 '괜찮아'라고 말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7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미국, 독일을 거쳐 우리나라를 찾는 월드 투어 여정에 오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하면서도 기대된다고 했다.

"팬데믹 시대에는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약간 불안해요.

그래도 코로나19 기간 보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공연을 통해 팬분들을 다시 보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네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