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적으로 성숙해졌다.”

말 한마디에 수십억원을 날린 저스틴 토머스(29·미국·사진)가 1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리조트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앞두고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작년 이 대회 3라운드에서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단어를 썼다가 곤욕을 치른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토머스는 작년 이 대회 3라운드에서 1m가 조금 넘는 퍼팅을 놓친 뒤 얼굴을 찌푸리며 ‘faggot’이라고 내뱉었다. 미국에서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속어다. 한순간의 실수였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그가 말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중계됐고, 그의 주요 후원사인 랄프 로렌은 곧바로 계약 해지 사실을 통보했다. 씨티그룹은 토머스에게 후원 계약을 유지하려면 성소수자(LGBT)를 위한 기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토머스는 직접 후원사들에 편지를 쓰고 전화를 돌리며 사태를 수습했다. 당시 토머스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토머스는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는 등 ‘인격 개조’에 나섰다. 그의 용품 후원사인 타이틀리스트가 마련한 교육에도 참가했다. 토머스는 “나는 위선자였다”며 “남들이 하는 실수는 손가락질하면서 내가 실수했을 땐 남들이 (내게)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랐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토머스는 지난해 ‘욕설 사건’ 외에도 악몽 같은 순간들을 견뎌야 했다. 그를 늘 응원하던 할아버지 폴을 떠나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멘토인 타이거 우즈(47·미국)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토머스는 “하나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며 “내 인생 ‘최악의 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토머스는 아직 지난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2017년과 2020년에 이어 대회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그는 이날 1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적어내 최하위에 머물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