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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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원·달러 환율이 1년 6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1달러=1200원'은 그동안 경제 위기의 징후로 통했다. 외환당국도 환율 상승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1200원 돌파를 막지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원10전 오른 1201원에 마감했다. 4원 오른(원화 가치 약세) 1200원 90전에 출발한 환율은 1200원선 안팎을 맴돌았다. 하지만 오후 3시 이후 상승폭을 키우며 1200원을 결국 넘어섰다. 환율이 종가로 1200원을 돌파한 것은 2020년 7월 24일(1201원50전) 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통상 한국 실물경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07년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4원53전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경제가 터널 속에 진입할 때마다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섰다. 1200원을 돌파한 시점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던 2008년 9월~2009년 9월, 유럽재정위기가 전세계를 덮친 2010년 1~5월이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가 겹친 2019년 8~10월, 코로나19 위기가 퍼진 지난해 2~7월이었다.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돈줄 죄기'에서 비롯했다. Fed는 5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을 시사했다. 오는 3월에 금리인상을 시작하고 비슷한 시점에 양적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직후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Fed가 이제는 반대로 보유 국채를 팔아 시중에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덩달아 달러 가치도 뛰게 된다.

여기에 한국 대선과 실물경제 우려도 겹쳤다. 지난달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5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2020년 4월 후 1년 8개월 만에 적자를 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Fed 양적긴축 우려가 커진 데다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대선 후보들이 재정확장 정책을 내놓는 등 재정적자 우려도 커지며 이른바 '쌍둥이 적자' 우려감이 퍼진 것도 환율을 밀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은 단기적으로 1230원선까지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날 부랴부랴 개입에 나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최근 환율 흐름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결과"라며 "시장의 쏠림이나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되면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와 정부의 공방속에서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치솟는 환율을 제어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오름세는 원화로 환산한 수입제품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한국은행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는 만큼 이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명분이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인상으로 원화 가치를 높이고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