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8일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올해 첫 무력 도발을 했다. 올해 대남(對南) 메시지를 내놓지 않던 북한이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미사일 발사로 ‘화답’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종전선언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이 오전 8시10분께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한 발을 쐈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만 여덟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지난해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로부터 78일 만에 무력 도발을 재개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통상적인 탄도미사일 궤도라면 약 500㎞를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낙하한 곳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외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구체적인 제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처음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계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 사안이다. 특히 이번 미사일 도발은 미국 국무부가 4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힌 지 4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례적으로 지난달 5일간 진행된 당 전원회의 뒤에도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북한이 이후 1주일도 안 돼 미사일을 쏜 것은 한·미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도발의 일상화를 통해 소위 ‘이중기준’을 철회하라는 압박”이라며 “미사일 발사는 정당한 행동이기 때문에 도발로 간주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하게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전선언 성사 가능성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며 이웃 국가 및 국제 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지 않은 채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일관되게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도발이라는 용어는 우리 국민과 영토, 영해, 영공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이번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