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착용 거부한 근로자 사고도 업무배제 안 한 사업주 처벌 가능성
중대재해처벌법은 말 그대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겠다는 법이다. 기업 입장에선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처벌받게 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가령 회사는 안전 조치를 했음에도 근로자가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안전모, 안전화, 방진마스크 등 보호구나 안전장구 착용을 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 일제 현장점검 결과 약 33%의 건설현장에서 보호구 관련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이런 경우에도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받게 될까.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계법령상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즉 근로자에게 적절한 보호구가 지급됐는지, 이상 없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개선할 법적 의무가 있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비록 근로자가 스스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아 재해가 발생했어도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안전모를 지급받은 작업자가 노조 방침에 따르겠다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 머리를 다친 사건에서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물은 사례가 있다.

보호구 지급·관리는 사업주의 의무지만 보호구 착용은 근로자의 의무다.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5만원)가 부과된다. 경영책임자 등은 근로자에게 안전 장구가 최후의 안전장치이며 미착용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철저히 안내하고 교육해야 한다. 또 공용 보호구가 더럽다는 이유로 근로자가 쓰지 않는 일이 없도록 청결 상태도 상시 점검하는 것이 좋다. 현장 한편에 보호구를 구비해 놓은 것만으로 의무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지속적인 점검에도 불구하고 착용을 거부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의나 경고 조치는 물론 더 나아가 작업 배제나 징계를 내리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자의적으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아 발생한 중대재해에는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대재해법이 도급이나 용역, 위탁의 경우 원청업체가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까지 부담하도록 정해놨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원청이 시설이나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고 있다면 협력업체가 직원에게 보호구를 적절히 지급하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직접 보호구를 지급하고 보호구 이상 유무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