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에서 4년간 시외버스를 운전하던 송모씨(37)는 지난해 7월 택배기사로 전향했다. 고속철도 등 대체 교통 수단이 등장하며 승객이 줄어들고 있던 버스 시장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업계가 ‘그로기’ 상태에 빠진 탓이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송씨는 매달 350만원가량을 받았다. 하지만 노선이 축소되면서 270만원까지 줄었다. 그는 “안정적인 급여를 보고 하루 12시간 버스 운전을 버텼는데, 급여가 줄고 마지막에는 두 달치 임금이 밀렸다”며 “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데 더 이상 버스 운전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지난해에만 4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버스 종사자 2년 새 26% 감소

택배사로 줄줄이 떠나는 시외버스 기사들
송씨는 지난해 8월 한진택배 기사가 됐다. 먼저 버스 운전을 그만둔 직장 선배가 소개해 준 자리였다. 보험과 부대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월 300만원,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송씨는 “택배는 내가 한 만큼 벌 수 있고, 업무량도 조절할 수 있어 버스 기사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외·고속버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운전기사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은 버스 대신 비대면 온라인 시장 성장의 수혜를 본 택배·음식 배달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차량 운전 경력이나 화물운송자격증을 활용해 업무가 비슷하면서도 급여가 높은 분야로 이동한 것이다.

이 여파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만6939명에 달하던 전국 시외·고속버스 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1만2480명으로 2년 새 26.3% 줄었다. 운행하는 버스는 2년 새 9064대에서 8257대로 감소했다. 한 버스 업체 관계자는 “버스 운행이 줄었는데도 택배·음식 배달업으로의 이직자가 많다 보니 남은 사람이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사흘 일하고 이틀 쉬었다면, 요즘은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식”이라고 했다.

주류업계·대형마트에서도 이탈

다른 업종의 기사 사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인천에서 주류도매업체를 운영하는 노용범 씨(61)는 지난해 배달 직원 30%를 잃었다. 이직한 4명의 배달 기사 모두 택배, 쿠팡, 음식 배달로 옮겨갔다.

코로나19로 식당과 주점 영업이 제한되면서 이곳에 주류를 공급하는 노씨의 업체도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족한 인력을 메꾸기 위해 가족과 친인척을 동원하고 있다. 노씨는 “택배나 음식 배달 라이더는 월 400만~500만원을 버니까 한 번 이탈한 직원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주류업계에 돌아오지 않는다”며 “코로나19가 끝나고 일감이 늘어도 사람을 못 구할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 유통에 주도권을 뺏긴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홈플러스 배송기사로 12년 일한 윤모씨(48)는 지난해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윤씨는 “홈플러스가 부실 점포를 폐점하고, 기사 인력도 줄이는 분위기라 이직했다”며 “음식 배달은 물건이 무겁지 않아 몸에 무리도 덜 간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롯데쇼핑,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 직원 수는 5만3661명으로, 전년 말보다 3049명 감소했다.

반면 플랫폼 배달 종사자 수는 코로나 이후 급격히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관련 배달·배송·운전 종사자 수는 약 66만 명에 달한다. 전년도인 2020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조사에서 발표된 11만4000명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