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경 신춘문예 당선작' 연극무대 오른다
‘2020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인 정대건 작가(사진)의 《GV 빌런 고태경》(은행나무)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극단 얄라리얄라는 두산아트랩의 지원을 받아 연극 ‘GV 빌런 고태경’을 오는 3월 3~5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두산아트랩은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창작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공모를 통해 지원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소설은 흥행에 실패한 독립영화 감독 조혜나가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에 ‘GV 빌런’ 고태경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GV 빌런은 이상하고 무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관객을 뜻한다. 조혜나가 고태경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그 GV 빌런의 과거가 밝혀진다. 영화감독 출신인 정 작가의 경험이 잘 녹아있는 소설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어봤다는 얄라리얄라의 이은비 연출가는 “책을 읽고 너무 좋아 연극으로 만들게 됐다”며 “세상에 고태경 같은 사람이 정말 많은데, 이 괴팍한 인물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또 “두 사람이 함께 커가는 성장 서사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박윤석·김소정 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연극은 영상을 적극 활용한 연극 언어로 소설과는 또다른 감각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 연출가는 “소설은 인물의 내면 심리를 글로 서술하면 되지만 연극은 장면과 대사로밖에 보여줄 수 없다”며 “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 영상을 새로운 연극적 문법으로 발견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영화감독인 점에 착안해 조혜나 역을 맡은 배우가 카메라를 들고 나와 무대 위를 찍으면 그 영상이 실시간으로 무대 위 스크린에 나오는 식이다.

얄라리얄라는 이은비 연출가와 김소정 배우가 함께 만든 극단이다. 이 연출가는 “작가나 연출이 글을 쓰고, 배우는 연기만 하는 극단과 달리 우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첫 단계부터 함께 글을 쓰고 있다”며 “GV 빌런 고태경도 김 배우와 대본 작업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GV 빌런 고태경은 다음 주말부터 대본 읽기 등 공연 연습에 들어간다. 공연 시간은 75분. 두산아트센터 공연은 쇼케이스 성격으로, 반응이 좋으면 본 공연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