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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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들만 나올 수 있는 대회에 나서게 돼서 정말 설렙니다. 새해를 여는 첫 대회를 잘해서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싶어요."

이경훈(31)이 5일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 출전을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7일(한국시간)부터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리조트 플랜테이션 골프 코스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전년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자에게만 출전기회가 주어진다. 총 39명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는 세계랭킹 1위 욘 람(스페인)과 2위 콜린 모리카와(미국) 등을 필두로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해 '왕중왕전'으로도 불린다. 이경훈은 지난해 5월 AT&T 바이런 넬슨에서 PGA투어 첫 승을 올려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TV로 봐왔던 대회에 출전하게 돼 무척 영광"이라며 "날씨도 좋아서 매일 재미있게 치다보면 좋은 성적도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습라운드를 막 마친 뒤 인터뷰에 참가한 그는 "코스가 넓고 뷰가 장관이다"라며 "바람 변수를 잘 관리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훈은 2015년과 2016년 한국오픈을 2연패하고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며 승승장구 했다. 이후 2016년 PGA 투어 2부 투어에 진출해 2018∼2019시즌부터 PGA 정규 투어 무대에 나섰지만 미국 무대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그래도 80번째 도전이었던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하며 PGA투어 위너스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 10월 조조 챔피언십 이후 한국에서 잠시 휴가를 보낸 뒤 미국 올랜도에서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아이언샷의 일관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며 "지난해 첫 승 이후 자신감을 얻었고 기분좋게 새해를 시작했다. 올해도 우승 기회가 와서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PGA투어 첫승에 이어 첫 딸 유나양이 태어나는 겹경사를 얻었다. 딸이 태어난 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 출전도 포기했다. 이날 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었다.

딸이 태어난 뒤 가장 달라진 점은 출근 준비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올랜도에서 아침부터 해질때까지 연습하는 것은 비슷하다. 다만 아침에 딸과 떨어지기가 힘들어 집 밖으로 나설때까지 전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웃었다. 저녁 일상도 달라졌다. 그는 "전에는 연습 끝내고 집에 와서도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잠들었는데 이제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잔다. 딸과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나보다는 아내가 더 힘들 것"이라며 아내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않고 표현했다.

딸이 태어난 뒤로 골프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연습을 하다 보면 힘들 날도 있고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그럴 때 집에 와서 고민도, 실망도 많이 하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딸이 생긴 뒤에는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집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졌고 딸, 가족을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점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경훈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소니 오픈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에 출전해 본격적인 2022 시즌을 시작한다. 그는 "새벽에 안 주무시고 PGA 투어의 한국 선수들을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우승도 많이 하고 좋은 플레이를 해서 시청자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