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사진=한경DB
이정재/사진=한경DB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불참한다.

이정재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는 5일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나 고심 끝에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졌듯이 넷플릭스가 올해 골든글로브에는 출품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부터 골든글로브가 인종 차별 및 젠더 이슈 등 할리우드 전반에서 외면 받고 있는 분위기도 고려했다"며 "이 외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및 자가격리 규정, 현지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일(현지시간) 진행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정재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이정재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국내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오징어게임'은 이정재 외에 TV시리즈 부문 작품상이라 할 수 있는 최우수 TV시리즈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깐부' 오영수도 남우조연상 후보로 호명됐다.

골든글로브는 미국을 대표하는 시상식 중 하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등 다른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에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외국여영화상 후보로만 올렸다.

하지만 '기생충'의 경우 이미 칸 영화제를 석권했을 뿐 아니라 해외 미국 내에서도 빼어난 작품성으로 화제를 모았고, '미나리'의 경우 미국 영화사에서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골든글로브의 결정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의 부정이 공개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외면받게 됐다.

지난해 초 HFPA는 약 100명으로 구성된 조직에 흑인 구성원이 한 명도 없고,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이 값비싼 선물을 받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와 홍보 담당자들은 HFPA의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고, NBC는 골든글로브 중계방송을 2022년까지 취소했다.

넷플릭스 역시 골든글로브 보이콧에 동참한 바 있다.

이후 HFPA는 직급을 다양화하고, 선물을 금지하고, 대가성이 있는 여행을 제한하는 등 개혁을 시작했고, 이번 후보 선정은 이를 반영했다는 평이다. 한국어로만 된 '오징어게임'이 미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의 주요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도 이 같은 영향을 받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