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 40년 신기만 씨 "처음 겪는 일…황당하다"
해남 꿀벌 수천마리 실종…"바이러스에 감염됐나?"
"수천 마리의 꿀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
전남 해남군 마산면 상등마을 일대에서 양봉을 하는 신기만(59) 씨는 5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럴 수도 있나 싶어 기가 막힌다"며 한숨을 지었다.

'40년째 양봉을 하고 있다'는 신씨는 지난해 말 동면이 끝난 꿀벌 상태를 확인한 후 봄 양봉을 준비하고자 벌통을 열었다고 한다.

'자식 같은 벌들이 잘 있겠지'하며 벌통을 여는 순간 신씨에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2만∼2만5천 마리가 있어야 할 벌통이 텅 비어 있었던 것.
깜짝 놀란 신씨는 350개의 벌통을 차례로 열어 확인한 결과 모두 다 벌들이 사라진 빈 통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지난해 12월 초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이상이 없었는데 흔적도 없이 벌이 사라져 꿀벌이 사라진 원인 파악도 힘들다"고 말했다.

10년 전 수많은 토종 꿀벌을 죽음으로 몰았던 부저병이나 가시응애 등의 질병은 죽은 벌 유충의 사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꿀벌 성충이 벌통을 떠나버린 것이다.

해남 꿀벌 수천마리 실종…"바이러스에 감염됐나?"
신씨는 자신을 포함해 인근에서 양봉하는 4∼5곳도 마찬가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와 해남군에 신고했지만, 현재까지 속 시원한 답변이나 역학조사 등은 없는 상태라고 신씨는 말했다.

농가들은 "보통 벌통 1개에서 20㎏의 꿀을 생산했지만 지난 2년간 5∼8㎏의 꿀만 생산되는 등 평년의 25∼30% 수순에 그쳤다"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발생해 생업이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전남도 관계자는 "바이러스의 변성으로 집단 감염으로 추측하고 정확한 역학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동면 시기에 따뜻한 날이 많아 질병이 더 크게 확산했을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