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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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개발(R&D)과 관련된 담당 공무원들의 이해 부족이 관련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의 잘못된 기획서 작성으로 꼭 해야할 R&D 과제가 탈락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5일 한국경제신문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가연구개발(R&D)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위탁운영 평가'의 주요 내용이다. 해당 보고서는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8월 작성한 것이다.

기재부는 2018년 4월부터 국가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위탁해 수행하고 있다. 과기부에 위탁된 이후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기재부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분석했다.

여기서 기재부와 KDI는 과기부에 R&D 예비타당성을 신청하는 개별 부처의 신청서 및 기획보고서의 수준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예타 신청서 및 기획보고서의 수준이 높지 않고 완성도 및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이에 따라 사업의 정책적 필요와 시급성 등 중요도가 높아도 예타 조사에서 탈락하거나 반복 신청을 하는 등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개별 부처가 R&D 예산을 따내기 위해 과기부에 제출하는 서류가 처음부터 결점이 많다는 의미다. 해당 서류에서는 궁극적으로 달성해야할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중간에 거쳐야할 '목표'가 혼용되는 등 기초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한 사례가 발견됐다.

동일한 기술임에도 대상물의 크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이유 만으로 신기술 인증 R&D 명목으로 예산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사업의 예상 파급효과, 과거 유사사업의 성과 평가 등도 부족한 가운데 예타 신청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기부가 예타 신청서와 관련된 적극적인 교육을 타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보고서 및 기획안 작성이 처음인 공무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고서에서는 R&D 예비타당성 조사 업무가 과기부로 위탁된 이후 경제성에 대한 분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 된 과제 89건 중 52%인 46건에 대해 비용편익(B/C)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한 예산 절감폭도 기재부가 수행하던 때와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직접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던 2018년 이전 82~88%였던 예산절감률은 과기부 위탁 이후 60~66%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이는 국가 R&D 사업의 중점이 단순한 상용화를 넘어 원천 기술 개발 등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에서도 "경제성 자체를 평가 지표에 넣지 않는 R&D 과제가 늘고 있다"며 "개별 부처도 R&D 사업의 특성을 반영해 경제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