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꼭 1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겨냥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위구르 지역에서 벌어지는 강제 노역과 인권 탄압을 문제 삼고 있는 인권단체인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이 베이징올림픽 공식 의복의 제조에 있어 강제 노동이 동원되지 않았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할 것을 IOC에 요구 중이라고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단체는 베이징올림픽에서 IOC의 유니폼과 다른 의복에 대한 공식 공급업체인 중국의 거대 스포츠웨어 기업인 '안타 스포츠 프로덕츠'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산 면화를 제품 제조에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지난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 이 회사는 이날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WSJ의 요구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국제 인권 단체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신장 지역에서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을 강제수용소에 가둬 동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를 종족 말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은 신장의 인권 문제를 내세워 내달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천명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까지 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신장에서의 강제 노역과 인권 탄압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다.
중국은 서방측의 이런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규정하면서 신장 지역에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무슬림이 다수인 이 지역에서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해 '직업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구르 인권 활동가들과 강제노동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의 연합체인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은 이날 IOC가 강제노동에 대한 우려를 논의하자는 자신들의 거듭된 요구를 묵살했다고도 비판했다.
이 단체는 IOC 인권담당 책임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이 이메일에 IOC의 무반응과 무례가 드러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이 단체의 베네트 프리먼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신장에서의 강제 노동 우려와 인권, 표현의 자유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IOC측에 보냈다.
IOC의 인권 담당 책임자인 마갈리 마르토비츠는 지난달 보낸 답장에서 "IOC는 귀하의 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서 논의 내용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것을 포함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 단체는 곧바로 IOC의 조건을 수용할 수 없으며, 쌍방향의 대화와 대화 후 내용을 공개할 수 있길 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
마르토비치는 지난달 21일 "접근 방식의 차이로 인해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며 IOC는 노동권과 관련한 노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답장을 보내 양측의 회동은 끝내 결렬됐다.
IOC는 이날 성명에서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이 신뢰를 깨고 IOC와 교환한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지난 3일에는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토마스 바흐 워원장을 비롯한 IOC 수뇌부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