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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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1_i_P4.jpg)
산업화는 더욱 싫었다.
홀로 강가에 오두막을 짓고 예술과 살았다.
자연에 묻혀 살며 고독을 자처한 예술가 장욱진 이야기다.
심플하고 동화 같은 한국적 추상화를 개척한 서양화가다.
장욱진의 '초당·식탁·동물가족' 같은 작품과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경기도 양주 장흥계곡에 있다.
햇빛 맑은 날은 하늘색을 따라, 비 내리는 날은 산에서 피어오르는 비구름을 따라, 자연을 닮아가는 미술관. 하얀 호랑이가 산속에서 누워 편히 쉬는 형상의 집.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다.
◇ 맑은 하늘 따라, 비구름 따라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3_i_P4.jpg)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석현천의 물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 퍼지는 노래처럼 들리는 곳이다.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장욱진(1917~1990)을 기념하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개관한 해인 2014년에 영국 BBC '위대한 8대 신설 미술관'에 선정되고 김수근 건축상도 받았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남자친구'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2_i_P4.jpg)
미술관은 장욱진 화백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와 집을 모티브로 최-페레이라 건축이 설계했다.
옆 산에 있는 태고종 사찰 '청련사'에 들르면, 장 화백의 그림을 보듯 미술관과 조각공원, 계곡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맑은 날 파란 하늘 아래 반짝이는 흰색의 미술관을 보는 것도 좋지만, 마침 비가 내린다면 꼭 청련사에서 미술관을 내려다보길 권한다.
멀리서는 산등성이를 넘어 비구름이 흘러내리고, 바로 뒷산에서는 호랑이 등을 타고 넘듯 흰 구름이 때때로 백색의 미술관 위를 지나간다.
비록 손재주가 없더라도 자신만의 수묵화나 한국적 추상화를 상상해 볼 수 있다.
◇ 버스정류장도, 조각공원도 동화 속 세계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4_i_P4.jpg)
잎을 모두 떨군 두 그루의 벚나무 옆에서 큰 파라솔 펼쳐두고 잠시 여기에 들러보라며 '헬로우(Hello)'(나점수. 2017), 사람들을 부른다.
장욱진미술관 앞 버스정류장이다.
정문매표소 천정도 예술공간이다.
색색의 유리와 거울,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둥글게 모여 '우주정원'(신상호. 2018)이 됐다.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5_i_P4.jpg)
옆에서 보면 풍차에 돌진하듯 백호를 닮은 장욱진미술관에게 달려드는 모양새다.
사람 얼굴을 하고 선글라스를 낀 '고양이가족'(김래환. 2008)이 빙빙 맴을 돈다.
화려한 정장의 '고릴라'(설충식. 2008)와 분홍·민트색의 '풍선곰'(전강옥. 2011)은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 분위기다.
열기구 모양 '하늘로 날아간 마법사'(이상길. 2011)를 새파란색 '기린'(금중기. 2008)이 바라보는 배치가 인상적이다.
그네를 탈 수 있는 뱀 '우와'(이호동. 2013), 빨강 노랑 파랑의 강아지 벤치 '해피'(김태식. 2018) 등이 어린이들을 동화 나라로 데려간다.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6_i_P4.jpg)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7_i_P4.jpg)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8_i_P4.jpg)
석현1교는 실제 보면 이곳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흠'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 뒤편인 여기에서는 망원경을 든 6m 높이의 사람 '히어(Here)'(나점수. 2012),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소년 '추억이 담긴 집'(김정연. 2012) 조각상과 같은 자세로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09_i_P4.jpg)
외벽은 하얗고 가벼운 특징을 지닌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었다.
빛에 따라 흰색, 민트색, 그리고 석양이 질 때는 불그스레한 색을 고스란히 담는다.
햇빛 맑은 날엔, 흰 외벽이 어른거리는 나뭇가지 그림자에 수묵화로 변한다.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진 커다란 창은 하늘과 산을 반사하는 풍경 사진이 된다.
◇ '강가의 아틀리에' 벽화가 '계곡의 아틀리에'로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10_i_P4.jpg)
자연, 인간, 동식물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최재천 교수와 함께 생태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장 화백의 '농장'(1981), '흰집'(1984) 등과 정현, 민병헌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2층에는 '가족'(1976). '생명'(1984) 등이 전시돼 있다.
화가 장욱진에 관한 애니메이션 관람 등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와 생애 전반에 걸친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장욱진미술관이 소장한 230여 점의 작품 중 벽면에 영구 전시된 '동물가족'(1964)도 2층에 있다.
당시 양주군에 속했던 덕소의 화실 벽에 그렸던 그림으로, 벽 자체를 떼어내 미술관에 기증했다.
그림의 일부가 된 실제 코뚜레와 워낭이 함께 걸려 있다.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12_i_P4.jpg)
작작새는 까치다.
지하에서 1층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는 커피잔, 포크와 나이프, 생선 뼈다귀가 차려진 모던한 식탁이 있다.
회벽에 유채로 그린 '식탁'(1963)'이다.
이 작품 역시 '강가의 아틀리에'로 불렸던 덕소의 아틀리에 부엌에 그려진 벽화로 벽 자체를 떼어 이곳으로 가져왔다.
장 화백이 이 그림을 완성한 뒤에 "됐다, 오늘은 이것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자"라고 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식탁 풍경은 큰 창문 덕에 날씨에 따라 바뀐다.
미술관 중심에 지하 1층에서 2층으로 죽 이어지는 계단은 깔끔한 구도의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13_i_P4.jpg)
석현천을 내려보니 물에 비친 미술관과 파란 하늘도 그림이다.
다시 불어온 바람에 잔물결이 일렁이면 풍경이 금세 사라진다.
![[여기 어때] 자연을 닮아가는 그림…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KR20211210079800805_14_i_P4.jpg)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