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너무 잦아 미술시장 왜곡
작가 직거래로 화랑 이익 침해"
양대 옥션, 공식 입장 자제
"미술시장 상황 바뀌었는데
15년전 약속 요구 지나쳐"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3일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을 맹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실상 선전포고 수준이다. 최근 ‘역대급 호황’을 구가하며 잘나가는 줄로만 알았던 미술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술 시장은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구분된다. 1차 시장은 상업 화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작가가 화랑에 신작을 건네면 화랑은 이를 전시하고 컬렉터에게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얻는 식이다. 화랑은 일종의 소매상이지만,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등 미술계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지위를 갖는다. 이에 비해 1차 시장을 거친 작품들을 거래하는 2차 시장에선 경매가 주를 이루며 이윤 창출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문제는 최근 2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1차 시장의 역할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324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간 경매 횟수는 총 255건으로 전년(195건) 대비 30% 이상 증가해 양대 경매사는 거의 매달 경매를 열었다.
화랑협회는 경매 회사들이 경매를 너무 자주 열어 이익을 독식하고 작가와의 직거래를 유도해 시장을 망가뜨린다고 주장한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최근 미술품 수요 급증으로 경매에 내놓을 그림이 부족해지자 경매사들이 작가들에게 직접 작품을 받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1차 시장이 쇠퇴하고 작가 발굴과 육성이 어려워지면서 미술계 기반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화랑협회는 양대 경매사에 2007년 맺은 신사협약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메이저 경매 횟수를 연 4회로 제한하고 옥션사가 구입한 국내 작가의 작품은 경매에 부치지 않는다는 게 당시 맺은 협약의 골자다.
경매사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미술 시장의 상황이 크게 바뀌었는데도 15년 전 맺은 협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매 시장에 비해 1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는 건 화랑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화랑협회가 제기하는 직거래 문제도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젊은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여는 ‘제로베이스 경매’를 제외하면 직접 작품을 받아 경매에 내놓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경매사도 충분히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 1차 시장과 2차 시장을 꼭 구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케이옥션 관계자도 “젊은 작가의 주목받지 못하는 그림들을 직접 받아 온라인 경매에 부친 경우가 간혹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화랑협회는 24~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에서 프리뷰 전시를 열고 마지막 날 회원 화랑들만 참여하는 경매를 열 계획이다. 일반인은 화랑협회 회원 화랑을 통해서만 관람 및 응찰이 가능하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15% 안팎인 양대 경매사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하겠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